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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로페이 옥신각신…'관치페이' 돼선 안돼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19.10.21 18:20:53

[프라임경제]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만든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 정부는 0점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제로페이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제로페이가 등장할 때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눈길을 끌었다. 금융소비자에겐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소상공인을 돕는 '따뜻한 온정'으로, 소상공인에겐 수수료 없는 '구원의 손길'이라는 점에서 호의적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가시적 성과를 위해 가맹점과 이용자 늘리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말부터 전국 이마트를 비롯해 일렉트로마트나 삐에로쇼핑 등과 같은 대형매장에서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이런 비판은 한층 거세진 분위기다. 업계에선 "이마트가 언제부터 소상공인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은 국감장에서도 이어졌다. 이종배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최근 열린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중기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로페이 실적을 높이고, 일반 가맹점 수수료를 통한 수익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까지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의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20일부터 2019년 9월30일까지 제로페이의 사용건수는 186만2894건, 사용금액은 384억9453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신용카드 대비 각각 0.018%, 0.007% 수준으로 실적도 미미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로페이 지적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항변도 구설수에 올랐다. 박 시장은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제로페이 실적이 계속 질타를 당하자 "갓난아이한테 뛰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제로페이가 사업초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지만, 기존 간편결제 시스템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소득공제율(40%)'을 비롯해 공공기관 할인 제도 추진, 저비용 간편결제 사용고객 대상 추가 할인 제공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등 이미 충분한 혜택을 감안하면 갓난아기 비유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미 시작점이 다르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박 시장은 또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간편결제 사용 상황은 이미 중국에게 따라잡혔다"면서 "향후 5년 안에 간편결제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베트남·캄보디아에게도 뒤처진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신용카드망이 잘 발달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핀테크산업의 지속적인 발달로 인해 각종 다양한 페이가 활성화돼 있다. 이를 신용카드망이 발달되지 않은 이유로 QR결제가 성행하고 있는 국가와 단순 비교하며 '금융 후진국'으로 낙인을 찍으려하는 태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로페이가 현재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결제할 수 있는 제로페이의 특성상 △할인·적립 △최대 40일 전후의 신용공여 △할부 등을 갖춘 신용카드를 따라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제로페이 혜택을 계속 늘리겠다며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저비용·고혜택'은 민간업체와의 불공정경쟁이라는 점, 그리고 결국 국민 혈세를 통한 마케팅이라는 비난은 받기 쉽다.     

천천히 더해가도 어려운 판국에 급하게 곱하려고만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제로(0)는 아무리 곱해도 결국 제로일 뿐이다. 임기 내 치적을 쌓기 위한 '관치페이'가 아닌,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장이 뒤쳐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인드라면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재점검하고 되짚어보는 태도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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