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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신체 적출물' 속 자매 갈등 연상케 하는 8K TV 인증 이슈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1.03 13:56:53

[프라임경제] 임솔아 작가의 단편 '신체 적출물'은 태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자매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이동 중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는데, 특히 동생은 넘어진 오토바이에 깔려 발가락이 여럿 망가지는 등 부상이 더 심합니다.

상대적으로 덜 다치고 더 다친 차이점 때문에도 그렇고, 평소에 워낙 성격이며 생활 방식 등이 다르던 자매라서 타국에서 겪는 병원 생활 자체가 더욱 힘듭니다.

특히 이런 갈등은 동생의 엄지발가락을 유리병에 담아준 태국 병원의 일처리 때문에 극에 달하는데요. 이 발가락은 한국에 가져가겠다, 그냥 두고 가자는 동생과 언니 사이의 의견차에 시발점이 될 뿐만 아니라 동생이 이를 퇴원 수속시 잊고 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뒤늦게 이 유리병 속 엄지발가락을 찾으러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동생의 주장에 언니는 반대를 합니다. 지금 잡아놓은 비행편을 못 타는 문제, 다시 항공기 예약과 수속을 해야 하는 점 그리고 일정을 새로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부득이 추가로 길어질 태국 체류 일정에 따르는 숙식비 등 엄청난 추가 지출을 무릅쓸 만큼 중요하 문제냐는 것이지요.

결국 언니가 져서 문제의 발가락이 든 유리병을 한국까지 가져오긴 하지만, 문제는 정작 인천공항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끝을 맺습니다. 해당국에서 방부처리를 하고 떠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자매는 결국 어렵게 들고 온 갈등의 원흉, 엄지발가락의 포기 각서를 써야 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이번에 2020년형 8K QLED TV 전 모델에 대해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UHD 인증을 획득했다는 소식입니다.

CTA는 8K 디스플레이의 CM(화질선명도, 즉 Contrast Modulation) 값이 최소 50%는 충족해야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요.

CTA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표준 규격을 정의하는 곳은 아니지만, CTA 인증 로고 없이 베스트바이 등 미국 가전 양판점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로고 적용은 영향이 적지 않다는 풀이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번 CTA 인증 획득이 대형 양판점 이슈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달리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는 것이지요. 이번 인증 이슈는 8K TV 화질 논쟁과 관련이 깊습니다. LG전자(066570)는 삼성 QLED 8K TV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두 메이커간 8K TV 화질 전쟁에 불을 붙인 바 있습니다.

당시 LG전자는 TV 디스플레이 해상도 기준으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표준을 거론, 삼성 QLED TV는 8K TV 해상도 기준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ICDM은 TV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픽셀 수와 함께 CM 값도 측정 기준으로 삼습니다. ICDM은 선명도 충족 기준으로 50%를 제시하므로, 이와 기준선이 같은 CTA 인증을 얻는 것은 ICDM 표준 논란을 불식시킬 한 방편이 되는 셈입니다.

결국 이렇게 CTA 인증이라는 새 소식으로 ICDM 표준 논란 즉 CM값 자존심 대결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8K 화질 선명도 논란이 한 고비를 넘겨도 두 회사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한편 이런 치열한 전쟁이 과연 적당한 것인지 본질적 물음을 제기하는 색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8K TV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정작 만족할 만한 속도로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 아직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값을 주고 8K TV를 살 실익이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 물음에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는 대신 CM값 경쟁 등 육안으로는 큰 구별이 어려운 선명도 논쟁에 두 회사가 열을 올리는 형국입니다.

인천공항에 내려 엄지발가락이 든 유리병을 집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 미처 확인되지 않은 터에,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며 해프닝 끝에 챙겨오는 이야기 속 '웃픈' 상황과 닮은 구석이 없지 않은 것이지요. 

지금 LG의 도발에 삼성이 "우리도 CM 기준을 맞출 수 있다. 그걸 맞추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응수하는 것은, 기술력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겠으나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만 보면 넘치는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결국 병원에 두고온 유리병을 가지러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갈림길에서 벌어진 자매의 논쟁처럼 뭔가 중요한 듯 하면서도 뭔가 빠진 게 있는 갈등 때문에 낭비되는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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