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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양향자에 뿔난 지역 정객들, 'DJ 비자금수사 유보' 악몽 때문?

'전화방' 선관위 판단 충격파…檢 적극 수사 촉구 '총선 임박했지만 당선무효 가능성 중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4.07 09:21:48

사진 왼쪽의 양향자 더불어민부당 후보가 천정배 민생당 후보의 아성에 도전한다. 광주 서구을 지역구의 새 맹주는 누구일지 총선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광주광역시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단 광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양향자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4인을 불법 선거 운동 혐의로 지난 3월30일 고발했습니다. 민주당 내부 경선 당시부터 양 후보 측의 '불법 전화방' 설치 의혹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등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사달이 난 모양입니다.

이를 두고, 양 후보와 지역구에서 대결 중인 챔피언 천정배 민생당 후보(현재 그가 지역구 현역 의원이지요)가 "지난 3월2일 '한국일보'가 '양향자 후보 측이 전화홍보원을 동원해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하자 '흑색선전'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3월30일 광주선관위는 불법전화경선 운동을 한 혐의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한 토론회 자리에서 양 후보를 만나자 정면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죠.

천 후보는 "이 범죄혐의가 인정될 경우 당선무효형이 내려질 수 있는 중범죄"라면서 "서구 주민들께 사과하시지 않겠느냐"라고 후벼 파기도 했습니다.

천 후보 뿐만 아닙니다. 지역 정가도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듯 합니다. 급기야, 일부 전·현직 서구 구의회 의원들이 이 문제에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옥수 구의원과 나정숙·양영애 전 구의원 등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라"며 성명서를 낸 것이지요.

이들은 "아직 초선도 못 된 양향자 후보 측이 벌써부터 이같은 불·탈법 구태정치를 하였다면 실로 개탄을 금치 못 할 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위상은 좀 낮을지 모르지만 '정치 선배'로서 조언과 쓴소리를 내놨던 것입니다.

아울러 "만일 이 같은 혐의(전화방 논란)가 사실이라면 양 후보자 스스로 각성하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직격탄도 날렸죠. 

이들의 우려와 강경 발언 이유는 이렇습니다. 혹여나 양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 다음 수순이 엄청난 정치적 격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역 정객으로서의 감각과 동내 걱정이 작용한 것입니다.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수억의 예산 낭비는 물론 서구 주민께 큰 고통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짚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의 지적대로 "불법 전화방 설치라는 같은 혐의를 받았던 이석형 민주당 광주 광산갑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얼마 전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이에 공천이 무효화됐다"는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지요. 그래서 이들이 주장하는 "이대로 양향자 후보 측의 전화방 의혹을 총선일까지 지지부진 끌고간다면 수사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대목이 예사롭게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현실적 문제 즉 총선이 이미 목전인데 이제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요청한들 언제 수사해서 언제 기소하고 또 언제 유죄 혹은 무죄 판결의 결론을 받아들 것이냐는 회의적 시각이 설 땅이 줄어든다고 하겠습니다. 

또다른 점에서 이른바 양향자 전화방 논란을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 역시 광주의 자존심 문제를 자극하는 대목 중 하나일 겁니다.

호남이 낳은 정치 거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인데요. 민주화 공로 못지 않게 그는 정치 자금 의혹으로 여러 흔적을 남긴 게 사실입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당시 신한국당(오늘날의 미래통합당)은 DJ 비자금 의혹 공세를 펼쳤습니다.

다만 "DJ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골자의 이 의혹은 검찰의 수사 시기 조절로 파급력을 잃었습니다.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여러 이유를 들면서, 결국 관련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에 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해 버렸죠. 대선 후인 1998년 검찰은 DJ 비자금 의혹을 재수사했으나 대개 무혐의 혹은 불입건으로 매듭이 지어졌습니다. 김 당시 총장은 이후 DJ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했고요(법무부장관 등 역임). 당연히 정치적 판단에 엄정해야 할 수사가 흔들렸었다는 얘기가 없을 수 없었죠.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 김대중 당시 후보(훗날 대통령 당선)은 청와대에 들어가 만약 검찰이 자신의 비자금 수사를 개시하면 YS도 퇴임 후 망명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고 전해집니다(이에 대해 언론 보도가 과거 있었는데 당시 DJ 진영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 표명을 하기도 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김영삼-김대중-김태정 간의 정치적(법리적 혹은 진실의 관점에 의한) 논의와 저울질로 DJ 관련 비자금은 일단 그때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싶었죠. 하지만 이후에도 DJ 비자금 논란의 가지를 쳐가면서 때때로 한국 정치를 흔들었습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검찰 출신인 주성영 당시 의원이 DJ 자금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었는데 이 갈래 중 하나였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전화방 논란을 안고 그대로 진행하고 또 그것 때문에 막대한 지출을 다시 해서 재차 선거를 진행하는 것, 그런 일의 파장과 상흔을 DJ의 정치적 자산 광주에서 예사로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번에 검찰이 총선 이후에 기소가 가능하든, 판결은 그보다 훨씬 더 늦어지든 간에 나름의 일정대로 그리고 소신대로 처리해 달라고 다름이 아닌 호남 정치인들이 요청하는 것은 이런저런 경험에 뿌리를 둔 지혜가 아닌지, 우리 사회는 거물들의 이해관계나 여의도식 중앙정치판의 논리 뿐만 아니라 풀뿌리 정객들의 외침도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게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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