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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SH공사, 11억원 들여 일본군 관사 복원 ‘논란’

등록문화재 신청에 문화재청 검토 중…건너편엔 일본인 학교가 ‘버젓이’

이보배 기자 | lbb@newsprime.co.kr | 2011.12.09 15:16:17

[프라임경제] 서울시 한복판 아파트 단지 내에 제국주의 망령이 서려있는 일본군 장교 관사가 이축 복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복원된 일본인 장교 관사 건너편에는 일본인 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 일반 국민들 정서를 무시한 일방적 행정이라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문화재청과 SH공사, 서울시와 마포구청의 합동작품(?)인 일본군 장교 관사 복원 내막을 취재했다.

일본군 장교 관사 복원 사업 추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5년간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는 서울시내에 이 같은 관사가 복원되는지 알지 못했다.

◆아무도 몰랐던 일본군 관사 복원 왜?


서울시 상암동 월드컵아파트 10단지 내에 일본군 장교 관사가 복원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05년 11월 SH공사는 상암동 상암2지구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면서 문화재관리법에 의거, 문화재지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문화재청에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일본군 관사 마을이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2006년 1월 상암2지구와 관련 문화재 보존대책을 마련한 것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소유권자인 SH공사는 일본군 관사 이전 복원을 위한 조사 용역을 시행, 문화재청의 현장답사와 심의 과정을 거쳐 2007년 4월 발견된 일본군 관사 22개동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2개동을 이축 복원할 것이 결정됐다.

   
서울시 한복판 아파트 단지 내에 제국주의 망령이 서려있는 일본군 장교 관사가 이축 복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상암동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공사 중이었던 까닭에 일본군 관사는 발견된 장소에 복원되지 못했고, 현재 월드컵아파트 10단지 내에 복원됐다. 실제 복원 작업은 2010년 3월에 시작됐으며, 같은 해 10월 공사가 완료됐다.

장장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일본군 장교 관사 복원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문화재청과 SH공사,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공문으로 진행상황을 알리며 복원 사업을 진행한 데 있다.

조용히 지나가는 듯 했던 일본군 관사 복원 사실은 2010년 모 주간지의 단독보도에 의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을 타지 않은 탓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졌다.

다시 논란에 불씨를 지핀 것은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이었다. 지난 9월 문화재청의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따져 물은 것.

당시 이 의원은 “우리 정부가 궁은 허물고 일제의 건물은 복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한 황족 중 독립운동에 가담한 의친왕이 기거했던 관훈동 196번지 일대의 사동궁은 포크레인에 밀려 주차장으로 변한 반면 마포구 상암동의 일본군 장교 관사는 8억원을 들여 이축, 복원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서울시와 마포구청은 공문을 받아 복원 상황을 보고받았을 뿐 역할을 수행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면서 “문화재청와 SH공사가 주관해서 진행한 복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청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문화재 등록은 이축·복원 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니 대표적인 관사 2개동을 선정해 이축·복원 계획을 수립·제출하라”는 문화재청의 공문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

결국 서울시와 마포구청은 문화재청의 문화재법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SH공사는 문화재지표조사를 하면서 일본군 관사를 발견한 까닭에 복원 시공을 했을 뿐 어느 기관도 일본군 관사 복원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다만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일본군 관사 복원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게 아니라 침략의 역사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측면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실 공기업 SH공사, 16조 부채에 11억원 들여 관사 복원


앞서 지난 10월, 모 인터넷 매체에서 일본인 장교 관사 복원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의 존엄을 악랄하게 유린했던 일본군 장교 관사를 일제 강점기 시기 목조 건물이라는 문화재적 가치를 이유로 복원했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장교 관사 복원을 시공한 SH공사는 관사 복원 비용에 대해 “총 공사비용으로 11억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말했다.

30억원. 목조 관사 2개동의 복원 비용치고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앞서 이철우 의원이 주장했던 비용 8억원과도 약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일본군 장교 관사 복원을 시공한 SH공사는 “언론에 보도된 30억원의 공사비용의 출처가 대체 어디인지 알지 못하겠다”면서 “총 공사비용으로 11억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말했다.

SH공사가 밝힌 11억원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SH공사의 부채가 16조 2316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또 내년부터 주택 공급 방식을 현재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 전환하기로 할 정도로 부채 탕감이 시급한 SH공사 입장에서 계획에 없던 11억원의 지출은 매우 크다.

게다가 SH공사의 부채는 서울시 부채와 직결되는 만큼 빚더미에 올라앉은 SH공사와 서울시가 11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일본군 장교 관사를 꼭 복원해야 했을까라는 의구심 마저 든다.
 
◆건너편엔 일본인 학교, 등록문화재 신청까지?

현행 문화재법에 따라 어쩔수 없이(?) 일본인 장교 관사를 복원했다 하더라도 국민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또 있다.

일본군 관사 길 건너편에 지난해 일본인 학교가 들어선 것. 우연이라 하기에는 묘한 배치다. 우리 중고등학생들은 등하교길에 일본인 관사를 지나고, 일본인 학생들은 길 건너편에서 이 같은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인 것.

상암동 월드컵아파트 10단지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저 목조건물이 일본군 관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돈을 들여 복원해 놓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 어울리지 않는 목조건물이라는 점과 밤에는 불빛 한 점 새어나오지 않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일본군 관사 길 건너편에 지난해 일본인 학교가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묘한 배치다. 사진 속 관사 건너편에 보이는 노란 건물이 일본인 학교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SH공사가 복원된 일본군 장교 관사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현재 등록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조사가 완료되고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면 일본군 장교관사는 우리나라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본군 장교 관사의 등록문화재 지정은 내년도까지 조사와 가치평가 과정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제국주의 시절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가 1992년 1월 8일 첫 시위를 시작으로 오는 12월14일, 1000회 집회를 맞는다. 지난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스팔트 위에서는 명예회복을 위한 할머님들의 외마디가 이어지고 있는 21세기 또 다른 서울의 모습이다.

국민 정서상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일본군 장교 관사 복원 사업이 하필 서울시와 SH공사가 빚더미에 허덕일 때 진행됐어야 했는지, 왜 또 하필 길 건너편에 일본인 학교가 위치해 있는지 다시 한번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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