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휴대폰을 볼 때마다 내년 총선이 다가왔음을 새삼 느낍니다.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 하실 텐데요. 바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신되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초대 문자메시지 때문입니다.
실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청목회 사건 등으로 후원금이 줄어드는 바람에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마지막 캐시카우’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부터는 선거 후보자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내년 1월10일 이후에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어 최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더욱 분주하게 보입니다.
정치인들이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요? 먼저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한 돈은 정치자금법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금액 한도와 모금 액수, 출판기념회 횟수에도 제한이 없고, 심지어 모금 금액에 대한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습니다.
친분이 두터운 정치부 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거물급 정치인의 경우 한 번의 출판기념회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거둬들이고 당직이 없는 의원들은 여기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출판기념회 시즌이 돌아오면 정치인의 지인은 물론, 공무원을 비롯해 해당 정치인 소속 상임위에 속한 기관들이 앞 다퉈 기념회장을 찾아 도서를 대량 구입하거나 축하금을 전달하기 때문인데요.
권당 1만5000원 정도 하는 책 한권을 10배가 넘는 금액과 맞바꾸는 경우는 기본이고,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을 후원한 뒤 정작 책은 받지 않거나 얼굴도장 찍는 차원에서 20여권 정도 가져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에 내놓은 책의 내용이 그것인데요. 정치인들이 발간하는 책은 자서전이나 의정활동 보고서의 성격을 띄는 것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조금 달라진다 한들, 지금까지 언론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정치인의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갖다 붙이는 수준인데 이조차 정치인이 직접 하지 않고 대필 작가에게 의뢰합니다.
본인이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뢰해 펴내는 책에 정치인의 철학이나 비전이 제대로 들어 있을 리 만무합니다.
또 대필 작가료 조차 아까운 일부 의원들은 책 집필 시기에 맞춰 대필 작가를 구한 뒤 보좌관 자리에 앉혀 보좌관 월급으로 대필 작업을 시킨 뒤 책이 완성되면 ‘안녕’하고, 대필 작가를 따로 구하지 않고 실제 보좌관에게 책 집필을 맡기는 의원도 많다고 합니다.
결국, 국민 혈세로 책 한권을 뚝딱 만든 셈이죠.
심지어 선거가 다가오면 냈던 책을 다시 꺼내들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철면피’ 의원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 역시 왔다갔음을 알리는 게 목적일 뿐 책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방명록과 대조되는 ‘돈 봉투’에 주인공이어야 할 ‘책’은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의 제목이 절로 떠오릅니다.
‘나는 꼼수다.’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어줍잖은(?) 책을 빌미로 정치자금을 챙기려 말고, 듬직한 내용의 정책보고서, 진심이 담긴 자서전을 통해 그나마 양심이 찔리지 않는 후원금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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