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논술은 비유가 최대한 절제된 글이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의도가 잘못 전달될 수 있으므로 누가 읽어도 오해가 없도록 명료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다. 논술의 목적은 감상의 전달이 아니라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술에서 감정은 배제해야 할 요소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절제되고 정확한 표현이 논술 문장으로 적절하기는 하지만, 사고 과정에서 오로지 건조한 이성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킵 스미스 교수는 감정과 이성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 대상자들을 위험하거나 애매한 상황 속에서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했다. 이들의 뇌를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로 관찰한 결과 고민하는 사람은 뇌에서 감정과 이성을 담당하는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위급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때 사람은 감정과 이성의 역동적 상호작용 가운데 최적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논술을 쓰는 데 있어서도 감정과 이성은 모두 중요하다. 학생들의 글을 보면 이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논제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작성한 답안은 다소 거칠고 격앙되어 있기는 하지만 힘이 들어 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다시 설명 듣지 않아도 머릿속에 착착 감겨든다. 반면 배운 것을 고민 없이 저장하고 그것을 그대로 꺼내어 쓴 경우에는 논리적이기는 하지만, 기계적이고 식상한 느낌이 든다.
전자는 표현 방식을 조금 다듬으면 개성이 살아있는 좋은 글로 금방 탈바꿈한다. 후자의 경우는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지식의 축적 과정에 자연스럽게 개입되어야 하는 ‘왜 그와 같은 결과가 나왔는가?’, ‘이러한 현상은 정말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위축된 채 오랜 시간을 지내왔기 때문이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조영남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침에 비누를 탁 뜯어서 손을 씻을 때, 비누
참 예쁘잖아요. 하얗고, 손에 딱 쥐면...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이 비누로 손을 얼마나 더 씻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해요.”
TV를 보다가 문득 스쳐간 이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아주 작고 평범한 것에서 삶의 묵직함을 발견한 그의 시선이 참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가능하다.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무엇에 대해 쓰더라도 자신의 이성과 감정에 기반한 독특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읽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 |
||
약력 : 현) 비타에듀 에플논구술연구소 강사 및 수석연구원
중앙일보 NIE논술연구소 논술 첨삭위원
경향신문·세계일보·한국경제·프레시안 논술 칼럼니스트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경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논술지도사 양성과정 강사
교육사랑·유니텔 교원 직무연수 논술 강사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