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한국야쿠르트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 1969년 5월 '건강사회건설'이라는 이념 아래 창립한 한국야쿠르트는 올해로 45주년을 맞았다. 당시 '삼호유업(三昊乳業)' 현판을 내걸고 시작하다, 6개월 만에 사명을 '한국야쿠르트유업주식회사(이하 한국야쿠르트유업)'로 변경했다. 이후 유업이란 표현이 사업을 한정한다고 판단, 현재의 사명인 한국야쿠르트에 이르렀다.
한국야쿠르트는 초기 삼호유업, 한국야쿠르트유업이라는 사명에서 보여주듯 유제품사업, 그중에서도 발효유사업에 주력해왔다. 국내 최초로 발효유를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했으며, 이후 시장을 선도하며 국내 발효유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일본과 합작계약으로 선진기술 도입
한국야쿠르트는 창업주 윤덕병 회장과 그의 친척 故 윤쾌병 명예회장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당시 건국대학교 축산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윤쾌병 교수는 일본 방문길에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야쿠르트를 처음 접하고 이에 주목했다.
평소 우리 축산업의 미래가 우유가공업에 있다는 지론을 펼쳐오던 윤쾌병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발효유 제품 개발·생산에 대해 고심하던 중 친척인 윤덕병 회장을 만나 사업계획을 논의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발효유 사업을 위한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했다.
그러나 설립 초기 국내 기술은 유산균 발효유를 자체 개발·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앞서 유산균 발효유를 생산·판매하고 있던 일본야쿠르트사(야쿠르트혼샤)의 기술을 들여오기로 결정, 일본야쿠르트사와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일본야쿠르트사는 계약조건으로 야쿠르트 종균 공급비용으로 5만달러를 요구했으나 한국야쿠르트가 거부하면서 판매액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조건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윤쾌병 사장과 일본야쿠르트사의 소마쇼지(相馬省二)씨가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합작사로 첫 걸음을 뗐다.
◆"야쿠르트 하나로만"…안전 지향 독자경영
합작사 출범 첫해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내놨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유산균 발효유는 '(세)균을 판다'는 오해를 샀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야쿠르트가 정장작용·영양증진 등 야쿠르트의 건강측면에 초점을 맞춰 홍보 마케팅을 펼친 결과, 야쿠르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공장 24시간 가동에도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야쿠르트 용량을 종전 80ml에서 65ml로 줄여 수요를 조금이나마 충족했다. 이와 함께 기존 안양공장 외에 평택공장을 준공, 대량생산 체제로 공급 안정화를 꾀했다.
이처럼 발효유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한국야쿠르트 내부에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시기적 상황 역시 국내 경제가 고속성장기에 접어든 1970년대 중후반으로, 많은 기업들이 신규 사업 진출에 활발히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윤덕병 회장은 현실(내실)경영철학을 강조하며 "튼튼한 회사 하나가 허술한 회사 열보다 낫다. 무리하게 확장하다 기업이 망하면 기업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 종사원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며 사업 확장에 미온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과는 별개로 '공격적 라면사업'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신제품 개발이나 신규 사업 진출 없이 야쿠르트 단일 제품에만 집중해 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안정적인 사업방식을 추구했던 윤 회장의 경영철학은 곧 발목이 잡혔다.
1977년부터 남양유업을 시작으로 빙그레,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유업체들이 너도나도 발효유시장에 뛰어들며 발효유시장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 이와 함께 야쿠르트 판매량도 예전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그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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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 한국야쿠르트 | ||
라면사업은 1980년대 초 라면이 국내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자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제2의 주력사업으로 추진됐다. 사업에 앞선 시장조사 결과, 농심과 삼양식품이 양분하는 라면시장 후발주자로서 고급라면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야쿠르트가 라면사업에 나설 당시 이미 일본야쿠르트사는 '야쿠르트 라면'을 생산하고 있었다. 때문에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처럼 일본야쿠르트사의 기술 협조를 받아 손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라면사업만큼은 일본야쿠르트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집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라면시장 선두기업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경력사원들을 대거 영입하는 동시에 제품개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일본 이찌방식품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983년 최초 라면제품인 '팔도라면 쇠고기' '팔도라면 참깨' '팔도라면 크로렐라' 3종의 봉지면을 시작으로 '팔도 도시락', '팔도 왕뚜껑'까지 용기면을 출시하며 라면사업을 확장해왔다.
한국야쿠르트의 라면사업 역시 야쿠르트가 출시 초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것처럼 승승장구했다. 또한 라면사업 첫 해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동남아, 중동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
◆'부침 반복' 라면사업
그러나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를 중심으로 한 발효유사업뿐만 아니라 라면사업에서도 '뒷심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팔도라면 3종에 이어 '팔도비빔면' 등을 출시하며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사업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또한 김해공장을 준공, 생산라인을 증설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신규업체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도설렁탕면'에 공업용 소뼈를 수입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라면매출은 급감했고, 결국 라면사업 조직을 축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야쿠르트 라면사업은 이 사태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고급면과 용기면 '팔도왕뚜껑' 등을 지속 개발해내며 라면매출 회복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라면사업은 부침을 반복해왔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하얀국물라면 '꼬꼬면'을 앞세워 또 한번 라면시장을 강타했다. 꼬꼬면은 빨간국물라면 일변도이던 라면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와 함께 한국야쿠르트의 라면사업도 활기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꼬꼬면 인기는 채 1년을 이어가지 못했고, 초반 인기만 바라보고 추진했던 공장라인 증설 등 설비투자도 본전을 찾지 못했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의 라면사업부문은 지난 2012년부터 팔도라는 별도법인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뒷심 부족 문제는 비단 라면사업만이 아니다. 기존 주력사업인 발효유사업 부문에서도 야쿠르트 이후 '야쿠르트에이스400' '슈퍼100' '매치니코프' 등 다수 제품을 출시, 이들 제품은 수십 년간 판매되며 장수제품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위(윌)와 간(쿠퍼스) 기능성 발효유에 이어 2011년 대장 건강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R&B(알엔비)'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3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6개월 만에 500억원, 출시 이듬해 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초반 호기심 수요 등이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야쿠르트는 '팔도 놀부밥' 등을 선보였던 스낵사업과 레토르트 등 조미식품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단산을 결정하고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20년간 신규사업 개척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1995년부터 사업조정 작업에 본격 착수해 20여년간 신규 사업을 모색, 추진하면서도 여전히 발효유 중심의 매출구조는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 한국야쿠르트의 매출 중 발효유부문 매출은 85%에 달하며, 이는 사업조정에 나섰던 1995년 80%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때문에 한국야쿠르트 안팎에선 신성장동력 문제가 지속 제기되기도 했지만, 2009년 능률교육을 인수한데 이어 2012년 한솔교육의 영어교육서비스사업인 주니어랩스쿨, 지난해 아동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베네세코리아를 차례로 인수하는 등 교육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이 외에도 한국야쿠르트는 메디컬그룹나무를 설립하고 '플러스엔(이후 브이푸드로 통합)', '한진생(홍삼)' 등 브랜드를 론칭하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더 나아가 의료용 로봇과 진단기기를 제조하는 큐렉소를 인수, 헬스케어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아울러 2012년 라면과 음료사업부문을 팔도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발효유와 건강기능식품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종합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로 신사업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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