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너무 오랜 다툼을 지켜보는 일도 지치기 마련입니다. 애석하게도 KB금융지주의 내홍이 예상 밖의 긴 터널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들어맞는 꼴입니다. 겉은 화합모드로 덧발라져 있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았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다툼에 그룹의 전 임직원들은 그렇게 지쳐가고 있습니다.
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이 은행장은 최근 지주사 최고정보책임자 김재열 전무를 포함한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를 결정한 사안의 후속조치라는 분석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KB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은행 전산시스템은 통일되지 않았고, 보통 10년 주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 적절치 않을뿐더러 일부만 교체한다고 해서 잘 돌아갈지도 미지수라네요.
보다 쉽게 풀면 완제품으로 나온 자동차의 엔진을 임의로 바꾼다고 해서 차가 잘 나갈지, 가다 설지는 모르는 일이란 설명입니다.
아무튼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 문제가 있어 검사를 요청한 의지는 문제의 매듭을 확실히 짓겠다는 복안으로 보이지만, 이를 두고 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생각보다 많이 흘러나오네요.
우습게도 앞서 벌어진 템플스테이에서의 일이 새록새록합니다. 업계 사람이라면 이미 알다시피, 제재심의가 있던 지난달 21일 KB금융그룹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이 은행장은 첫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죠.
전 임원들이 참석해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에서 임 회장만 독방이 배정되고, 나머지 임직원들이 한 방을 사용한 까닭입니다. 이를 두고 임원들 간 쓴 소리가 오갔다는 후문도 들리지만, 그날 산사에서의 벽 하나는 마음의 벽으로, 각자 다른 방은 화합을 정확히 구분한 형국을 대변한다는 더 많은 후문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어찌 됐든 KB금융그룹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체력고갈은 불 보듯 뻔하게 돼버렸습니다. '주인의식'을 강조한 두 핵심 경영자의 리더십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커졌죠.
그룹의 안방을 누가 차지하느냐 보다 안방에 제 식구를 온전히 앉혀야 평안해진다는 것을 경영진은 재빨리 알아채야 합니다.
그룹은 무엇보다 KB 고객의 안녕을 간과해서도 안 되며, 주전산기를 포함해 일련의 사건에서 최대 피해자는 고객이라는 점도 항상 마음에 품어야 하죠. 악수하고 끝낼 일을 이미 넘어선 이번 사태에 관계당국의 보다 정확한 판단도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KB금융그룹과 주변 관계자들의 안녕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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