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국’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까. 기자는 ‘귀족’ ‘신사’ ‘품격’ 등을 연상하곤 한다.
그런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차가 바로 영국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인 ‘XJ’다.
XJ는 지난 1968년 탄생(XJ6 살롱) 이래 전세계적으로 8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영국 자동차 전문지 왓카(WHAT CAR?)의 ‘최고 럭셔리 카’, 오토 익스프레스의 ‘최고 럭셔리 중고차’, ‘2005 플리트 월드 아너즈'의 ‘베스트 럭셔리 카’(이상 2005년), 전미자동차협회의 ‘최고의 차’(2006년) 등에 이어 올해 들어선 영국 비즈니스카 매거진으로부터 ‘최고 럭셔리카’로 2년 연속 선정되는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재규어는 지난 1989년 새 주인이된 미국 포드사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특유의 디자인과 기술력을 극대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이 휘어잡고 있는 ‘프레스티지 카’시장에서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 선봉장이 바로 ‘XJ 3.0 쇼트 휠 베이스(Short Wheel Base 이하 SWB)’다.
‘영국 귀족 가문의 후계자’ 격인 이 차의 외관은 한 마디로 특별했다.
세계 3대 맹수 중 하나인 ‘재규어’의 날렵한 모습을 형성화한 엠블럼이 부착된 다소 낮고, 긴 앞 부분이 고급스러움을 형언한다면 미끈하게 쭉 뻗은 뒤 부분은 이 차가 가진 세련미를 말해준다.
긴 휠 베이스는 넓은 실내 공간을 대변하고, 대조적으로 매우 짧은 앞 오버행은 이 차가 지닌 스포티한 면모를 살짝 드러낸다.
특히, 양쪽 2개씩 4개의 헤드램프와 그 가운데의 고풍스런 라디에이터 그릴은 면면히 흐르는 보혈(寶血)을 말해주는 듯했다.
지난 2002년 해외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가 자동차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섹시한 자동차’로 꼽힌 차다웠다.
XJ 3.0 SWB의 독특한 디자인은 맹수 재규어에 기인한다. 헤드램프는 재규어의 매서운 눈을 닮았고, ‘라이온스 라인(Lyons Line)’이라고 일컬어지는 보닛 부분 곡선은 재규어의 우아한 곡선미가 서려있는 듯하다.
이 차의 차체(보디)는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차체 중량은 기존 모델보다 40% 줄어든 1680kg(공차 시)에 불과하면서도 강성은 60%나 늘어났다. 특히 업계 최초로 우주선 제작에 사용되는 최첨단 리벳 본딩 방식과 에폭시 수지 접착방식으로 알루미늄을 접합했다.
이로써 연비는 물론, 가속, 안정성 등에서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 재규어 측의 자랑이다.
차에 오르니 부드러운 천연 가죽과 고급스런 우드(Wood)가 절묘한 궁합을 이룬 것이 어느 대저택의 거실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예전에 탔던 재규어 S타입에서도 ‘품격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차에선 한 차원 더 높은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XJ의 실내는 세세한 부분까지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예술 작품’인 것. 특히,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등은 질감과 색감의 통일을 위해 각 차량마다 호도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목재로 제작, 차량 내부의 통일감을 유지할 정도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가죽시트는 샴페인(황갈색), 도브(비둘기색), 아이보리, 흑회색 등 다양한 컬러로 자신만의 안락함을 추구할 수 있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에 발을 얹었다. 파워 넘치는 독일 차들과 달리 조용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이 차의 ‘심장’이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평일 오전 2시께 서울 김포공항에서 경기 하남 미사리로 이어진 올림픽대로에서 XJ 3.0 SWB의 최고출력 240마력(bhp, @6800rpm), 최대토크 30.6kg.m(@4100rpm)의 V6 3.0리터(L) 엔진은 특유의 역동적인 달리기 성능을 과시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자 순식간에 시속 150~170km까지 치고 올라간다. 제로백 가속 시간 8.1초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속도감을 거의 느낄 수 없이 편안했다.
바로 서스펜션의 설정을 자동 조절, 고속주행시 차 높이를 15mm 낮춰 노면에 밀착해 달릴 수 있게 하는 컴퓨터 액티브 테크놀로지 서스펜션(CATS)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망설임 없이 단숨에 돌아나간다.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들도 불안함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S타입에서 경험했던 재규어의 최신 ZF 6단 자동 변속기 ‘J게이트’는 이번에도 수동모드에서 아주 손쉽게 최적의 기어를 찾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도로를 지배하게 했다.
S타입에서 기자를 흡족하게 했던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이 차에서도 버튼 하나로 가볍게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편리함을 선물했다. 특히, 출발과 동시에 브레이크가 자동해제 되므로 실수로 주차 브레이크를 걸고 운전하는 일도 없어 10여 년 전 초보 운전자 시절 사이드 브레이크 건 채 한참을 달려 낭패를 본 기자로선 아주 뜻 깊은 장치였다.
주행안정 조절장치(DSC), 비상제동 어시스트(EBA) 등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 보디가 만일의 경우 충격을 최소화한다.
이어 적응형 승객안전 보조장치(A.R.T.S., Adaptive Restraint Technology System)가 탑승자 수, 중량 및 위치는 물론 전방 충돌의 강도에 따라 1/5초 이내에 프론트, 사이트, 커튼 등 에어백 6개의 팽창을 효율적으로 조절, 에어백 등 안전장치에 의한 2차 상해를 최소화한다.
16방향 파워 시트, 빗물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레인 감지 와이퍼, 오디오, 에어컨/히터, 내비게이션 및 DMB 등을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모니터 등 편의 장치도 갖췄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각 도어에 달린 수납함 바닥에 깔린 미끄럼 방지 패드는 고객에 대한 재규어 측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으로 전.후방 주차 센서는 완벽했지만 후방 카메라가 없다는 것과 컵 홀더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 콘솔 앞쪽에 위치하다 보니 그곳에 음료수 통을 꽂은 상태로는 변속기 조작이 불편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래도 XJ 3.0 SWB는 운전자에게 다른 프레스티지 차와는 또 다른 신분 상승의 쾌감과 함께 만족스런 드라이브를 선사한 ‘착한 차’였다. 그러면서도 ‘1억 원’이란 프레스티지 카다운 판매가마저 까맣게 잊고 ‘한 번 질러볼까’하는 충동을 여러 차례 느끼게 한 ‘나쁜 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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