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선생님, 이거 진짜 신기해요~ 너무 신기해서 동생이랑 동영상으로 찍어놨어요~”
논술 수업을 하던 어느 날, 아이들이 통닭이 먹고 싶다고 해서 데려간 치킨 집에서였다. 평소 생각이 깊은 듯한 소희가 활짝 웃으며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방울토마토가 엉덩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동영상 속에는 신기하다는 듯 소리 지르며 좋아하는 소희와 소희 남동생이 있었고, 또한 엉덩이처럼 생긴 신기한 방울토마토가 있었다.
문득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근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는 다들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토마토를 보면 서로 그걸 먹겠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토마토는 정상적인 토마토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토마토 일 텐데 말 이예요. 우리는 장애 토마토를 더 좋아하잖아요. 이렇게 신기해하면서 기뻐하고. 그런데, 왜 사람이 장애를 가지면 이상하게 보고, 가까이 하지도 않고 그럴까요?”
순간적으로 그녀의 말이 가슴을 쳤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토마토 세계에서는 이 엉덩이 토마토가 장애인일까요? 다른 정상적인 토마토들은 이 엉덩이 토마토를 장애인이라고 따돌릴까요?”
그녀의 발달된 감성은 치킨을 먹던 아이들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맞아요, 생각해보니 그렇네” 하며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진다.
은진이가 말했다.
“전에 봉사활동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젊은 여자 간사님이랑 함께 했는데, 울 학교 애들이랑 공원에 청소하러 갔었어요. 청소하면서 점심시간 돼서 다 같이 김밥을 먹고 있는데, 너무 많아서 몇줄 남았었거든요. 근데 저쪽에서 어느 할머니가 오시더니 김밥을 달라고 하시는 거예. 초라해 보이고 배고파보였어요. 우리가 산 게 아니고 간사님이 사온 거라서 선뜻 주지 못하고 간사님을 쳐다봤어요. 우린 너무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간사님이 할머니한테 짜증을 내시면서 이거 할머니 드리려고 사온 거 아니라고, 애들 힘들게 일하는 거 안보이냐고, 애들 먹는 거 달라고 하시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매정하게 남은 김밥을 챙기시는 거예. 사실 우린 배불러서 더 먹지도 않는 김밥인데..결국 그렇게 챙긴 김밥 남은 거 버렸어요..봉사하시는 분이 불쌍한 분에게 그렇게 막 대하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그분께 실망하기도 했구요. 그 할머니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고, 배고픈 건 똑같은데..”
표정이 시무룩해지며 다시 말을 잇는다.
“갑자기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우리 할머니도 배고파서 손녀 같은 아이들한테 가서 김밥 좀 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때 거절당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다 똑같은 사람인데..장애인이나, 길거리의 배고픈 할머니나..내 가족일 수도 있는 그분들을..근데 왜 어른들은 그렇게 다르게 대할까요?”
그녀의 말에 얼른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어물어물 “그 간사님이 뭔가 힘드신 일이 있어서 마음이 닫혀 있었나보다”라고 했다. ‘원래 그런 분은 아닐거야‘ 라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간사님 임신하셨어요. 그런데, 그래서 민감한 건 이해할 수 있는데, 그렇게 행동하는 거 뱃속의 아이가 다 보잖아요” 하며 슬프다는 듯이 말했다.
순간, 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하지만 그 간사님도 원래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야. 너희들을 과하게 챙기려다가 생긴 결과일 수도 있으니까.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해하고,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다르게 행동하렴.
아이들은 순수하다.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편견 없이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의 선생님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토마토들은 배고픈 노인을 남이라고 박대하고 자기 새끼들만 챙길까..? 토마토들은 엉덩이 토마토를 장애인이라고 무시할까..? 왜 우리는 장애를 가진 토마토에게는 관대하면서, 같은 종족인 인간에게는 왜 그렇게 잔인할 때가 많을까..?
논술 수업을 하면서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감성은 세상 모든 것과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능력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올바라야 하고, 그래야 세상의 모순이 보이고 올바른 해결책이 보이기 때문에 논술에서 논리와 함께 감성은 매우 필요한 능력이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바람과도 이야기해보고, 꽃과도 대화해보라고 한다. 사실 이런 말을 하면 아이들은 피식 웃게 마련이지만, 고정관념을 깨는 수업을 통해 논술의 기초가 되는 철학적 원리를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된다. 감성을 일깨우는 방법을 아주 조금 가르쳐주었을 뿐인데,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하고, 모순을 정확하게 꼬집어내는 아이들을 보면 그 빠르게 발전되는 사고력에 놀랄 뿐이다.
지금 젊은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은 훗날 내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으며, 또는 직장 상사가 될 수도 있으며, 또는 내 아이와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존재들이다. 이것은 비단 나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사실 내 자식과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한 인간 존재들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 아이들이 만들어나가는 세상이 아름다우려면, 우리 어른들이 먼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순수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며,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수많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이 사회에서 어른들의 모범은 얼마나 중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 |
||
현) 비타에듀(www.vitaedu.com) 인터넷 강사
신설동 비타에듀학원 출강
케이스 2007학습지 해설강의
전) 강남 정일학원/ 부평 코리아에듀학원
송파, 중계 이상수학원/ 스카이에듀학원
중곡동 전문가집단학원 등 다수 출강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