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하면 누구나 크고 단단하며 투박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물론, 최근 출시되는 SUV 중엔 스포츠카 못잖은 미끈한 외모를 자랑하는 차들도 부쩍 늘어났지만 육중한 덩치만큼은 아직도 벗어 던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단주차 차량으로 꽉찬 복잡한 골목길을 날렵하게 누비고, 출.퇴근 시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들의 행렬 속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피로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 그런 SUV는 없을까.
기자가 보기엔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혼다의 뉴 CR-V가 바로 그런 욕구에 부합하는 차다. 뉴 CR-V는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혼다 차’라는 점에 이런 장점까지 더해져 최근 더욱 가열되고 있는 수입 엔트리카 판매 경쟁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뉴 CR-V는 지난해 10월 국내 데뷔 이래 이전 모델이 차지했던 수입 SUV 판매 1위의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월부터는 아예 전체 수입차 중 판매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9개월간 판매량은 2691대에 달한다.
뉴 CR-V는 이전 모델의 박스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부드러우면서도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전 모델이 전형적인 ‘일본 로컬 차량’의 외모를 가졌다면 이 차는 다분히 ‘글로벌스러워’ 보인다.
특히,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을 통해 수입 SUV 최고의 공기역학계수(0.39)를 실현했다. 따라서 이전 모델에 비해 전장이 100mm、전폭이 35mm가 각각 커졌음에도 더욱 날렵한 주행 성능과 연비 향상을 일궈낼 수 있었다.
이 차의 확 달라진 외모 중 돋보이는 것은 이전 모델에서 테일게이트(뒷문)에 달려있던 스페어 타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다코리아 측은 이전 모델을 두고도 ‘도심형 SUV’라고 주장해왔지만 타이어가 테일게이트에 달려 있는 모습은 오프로드형 SUV를 연상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뉴 CR-V에선 스페어 타이어가 노출돼 있지 않으니 이제야 도시형의 구색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스페어 타이어는 어디로 갔을까. 테일게이트를 열어 화물칸을 살펴 보니 그곳에 숨어 있었다.
이처럼 타이어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테일게이트를 올리기가 편해졌다. 그 덕에 이전 모델에서 좌우 열림식이었던 테일게이트가 이번 모델에선 다른 SUV들처럼 상하 열림식으로 바뀌었다.
이전 모델의 경우 좌측에서 우측으로 열리는 식이다 보니 인도가 차도의 왼쪽에 위치하는 일본에선 짐을 싣고 내리기가 편리하지만 인도가 차도의 오른쪽에 위치하는 우리나라에선 불편할 수 밖에 없던 약점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차에 올랐다. 이전 모델 보다 오르내리기가 훨씬 편해진 느낌이다. 이전 모델 보다 전체 차고를 30mm 낮췄다는데 그런 사소한 변화가 탑승자에게 주는 편리함이 무척 컸다. 스커트를 입는 여성들에겐 최적이다.
차고가 낮아졌다면 실내 높이도 낮아진 것이 아닐까 싶겠지만 넓은 시야는 그대로였다. 나중에 혼다코리아 측에 확인해보니 차고를 낮추면서도 실내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저중심 설계를 채택한 덕이라고 한다.
단순하면서도 알찬 실내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동일했다. 눈에 띄는 변화 중엔 변속기의 위치가 있었다. 이전 모델은 변속기가 계기판 우측에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뉴 CR-V에선 이를 센터페시아 아래 부분에 배치함으로써 조작이 훨씬 편해졌다.
천연가죽 스티어링 휠은 시빅과 비슷한 3스포크 타입. 이전 모델에서 프리미엄 세단처럼 4스포크 타입이었던 것을 3스포크로 낮춘 것은 스포츠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약간 두툼한 것이 그립감이 좋았다. .
운전석은 8방향 전동조절식이었지만 조수석은 아쉽게도 수동 조절식이었다. 이전 모델에선 양쪽 모두 수동조절식이었던 것을 보면 나중에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올 때는 조수석도 전동조절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전 모델에서 수동식이었던 사이드 미러가 이 차에선 전동식 폴딩 기능을 갖춘 점도 그럴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한다.
시동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주행 성능은 이전 모델 그대로였다.
교차로 맨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다가 녹색으로 바뀐 뒤 양 옆에 서있던 차들을 먼저 달려 나가게 한 다음 가속페달에 힘을 가했다. 가볍게 치고 나가 이내 먼저 떠난 차들을 앞질렀다.
그럼 고속 주행 성능은 어떨까. 주말 심야 시간대에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합정동에서 인천 송도까지 달려봤다.
이 길은 그 시간대엔 집채만한 대형차들이 접수하다시피 하는 곳이다. 대형 SUV가 아닌 콤팩트형 SUV가 질주하는 대형차들 틈에서 흔들림 없이 달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족스러웠다. 거대한 탱크로리나 덤프트럭들이 달리는 가운데서도 이 차에 장착된 직렬4기통 2.4리터(L) i-VTEC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5800rpm), 최대토크 22.4kg•m(@4200rom)의 순발력 넘치는 힘을 발휘하며 안정감 있게 내달렸다.
이전 모델도 편안하게 달리긴 했지만 고속주행 때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배기량과 토크는 기존 모델과 같지만 출력이 10ps 높아진 이 차는 충분히 강했다. 그래서인지 가속페달을 힘들여 밟지 않아도 금방 속도계 바늘이 150km를 넘어섰다.
뉴 CR-V는 차량 크기나 판매가는 ‘경량급‘이지만 안전성만큼은 ‘중량급‘이다. 운전자 보호기능을 강화한 G-CON 보디, 차체 자세안정제어장치(VSA), 보행자 상해 경감 보디, 에어백 6개 ,등으로 무장한 것. 국내 법규 미미 등의 이유로 주행 중 앞 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질 때 자동으로 거리를 유지해 주는 어댑티트 크루즈 콘트롤(ACC), 추돌경감 브레이크(CMBS) 등이 빠진 점이 아쉽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오너 맘’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우선 룸 미러 위에 볼록 거울 모양의 커뮤니케이션 미러를 설치, 뒷좌석에 태운 자녀의 상황을 수시로 볼 수 있게 했다. 또, 차량용 유아 시트를 장착한 뒷좌석을 앞으로 당겨 자녀를 돌볼 수 있게 했다.
뉴 CR-V는 전륜구동(FF)방식의 2WD모델과 4WD 모델 등 2종류가 있다. 이 중 4WD는 평상시엔 FF방식으로 움직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로도 필요한 만큼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리얼 타임 4WD를 채택하고 있다. 연비 향상을 위해서다. 그래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만큼 이 차의 공인 연비는 2WD 모델이 10.4㎞/L, 4WD 모델이 10.2㎞/L로 디젤 SUV에 비해선 낮은 편이다.
뉴 CR-V를 택해 디젤 SUV의 숙명인 소음과 진동에서 해방될 것인가 아니면 연비 때문에 꾹 참을 것인가. 선택은 결국 고객의 몫이다. 그래도 2WD가 3090만원, 4WD가 3490만원인 뉴 CR-V가 가격만큼은 현대차 베라크루즈 가솔린 380VXL의 4114만원이나 디젤 300VXL의 4314만원 보다 만만한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