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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승계’ 끝까지 갈까?

애경그룹 “후계구도 끝났다” vs 일각에선 “그래도 불안불안”

이연춘 기자 | lyc@newsprime.co.kr | 2008.03.06 16:14:37

[프랑임경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차기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야하는 과제를 맞는다. 안정적 후계구도 확립은 '제2의 성장'을 위한 필수과제란 인식이 재벌가에선 거의 정론처럼 통한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대기업 그룹의 '30대 재벌 3세'가 경영 전면에 급부상하며 오너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나 사후 평가 없이 관대하게 이뤄지는 '핏줄 등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생활용품을 주로 생산하던 애경그룹 역시 ‘핏줄 등용’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애경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백화점에 이어 항공사까지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미망인 경영자였던 장영신 회장에서 장남 채형석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까지 경영승계가 이어지고 있고 2세들이 그룹의 각 사업부문을 맡으면서 그 성공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애경그룹의 경영 전반을 두고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장남은 애경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차남·삼남·사위는 전문경영인으로 장남을 보필하고 있습니다. 이미 장영신 회장은 그룹 경영에 손을 떼고 채형석(49) 총괄 부회장의 경영을 위해 물신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애경그룹은 고 채몽인 사장 이후 상속 및 지분정리를 끝난 상태”라며 “향후 어떠한 계열분리도 없다”고 말했다.

◆미망인 경영에서 장남까지

재계 일각에서는 장 회장의 슬하 3남1녀와 사위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고는 있는 것을 두고 각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짜임새 있는 가족경영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고,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경영 승계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편에서는 장남인 채 부회장의 위상이 그를 제외한 다른 ‘로열패밀리’와 확연하게 다른 위치라는 견해도 있다. 채 부회장 1인 경영체제로 승계가 굳어졌다는 얘기다. 애경 측 역시 ‘승계’가 종결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영신 회장은 여성 CEO 중 단연 독보적인 인물이다. 1970년 막내아들을 낳은 후 남편 채몽인 사장이 심장마비로 숨지면서 재계 ‘미망인 경영’에 첫발을 내디딘 장본인으로 꼽힌다. 장 회장은 작고한 남편을 대신해 아들들과 사위와 함께 그룹을 이끌어가면서 ‘모자 경영’ 모델을 남겼다.  

애경 측에 따르면, 현재 장 회장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채 부회장은 지난 86년 애경유지 사장으로 취임한 뒤, 그룹의 백화점, 유통업 진출을 주도하며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았다. 그러면서 2002년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그룹 경영 진두지휘를 맡았다.

채 부회장을 보필하던 동생 채동석(44) 부회장은 유통사업을, 채승석(38) 사장은 애경개발을, 사위인 안용찬(49) 부회장은 생활용품의 경영을 나누어 맡고 있다. 장남-그룹총괄, 차남-유통, 3남-애경개발, 사위-생활용품으로 자연스럽게 애경그룹의 후계구도가 정리가 된 모양새다.

외동딸인 은정씨(45)도 애경(주) 전무로 경영 지휘봉을 잡았다. 이를 두고 채 전무가 어떤 방식으로든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이와 같이 애경 일가의 ‘로열패밀리’가 경영 체제에 뛰어들며 선전하고 있지만 그룹 총괄을 맞고 있는 장남 채 부회장의 경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견해도 있다.

그동안 ‘애경’이라고 하면 1950년대부터 세제나 비누 치약 등 주로 생활용품을 만들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엔 항공사, 백화점, 부동산개발 등 영역을 넓혀가는 가고 있다. 채 부회장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의 시험무대는 이제부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장남, 이제부터 경영 시험무대?

채 부회장의 현재 모습으로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그는 2003년 초 불거진 센트럴시티 사건으로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채 부회장은 당시 센트럴시티 인수 과정에서 투자 대가로 전 지방행정공제회 손모 이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빈축을 샀다. 이로 인해 채 부회장은 한동안 경영 자질 면에서 타격을 받았고 후계자로서의 입지까지 흔들리는 듯 보였다.

채 부회장 주도로 애경은 지난 2006년 분당 삼성플라자 인수하면서 ‘유통3강 도약’이란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삼성플라자의 성적표가 별로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플라자 인수가 채 부회장의 향후 경영행보에 약이 될지 독일 될지 갈림길이 될 판이란 얘기까지 나돌았다.  

유통업계에선 삼성플라자를 인수한 애경이 ‘성장통’을 앓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플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5,295억원선. 이는 삼성물산이 백화점을 매각한 지난 2006년의 5,650억원보다 6.4%가량 줄어든 액수다.

매년 매출 신장을 기록했던 삼성플라자가 새 주인을 만난 첫해 매출 하락을 기록하자 업계에서는 당장 애경의 경영 능력을 입방아에 올렸다. 삼성의 프리미엄이 빠진 삼성플라자로선 당분간 적자 행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또 인근 죽전지역에 신세계백화점과 판교도심복합쇼핑센터 및 할인점 등 유통시설이 오픈할 예정이어서 ‘삼성’이 아닌 마이너 ‘애경’이란 브랜드로 얼마나 선전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역시 채 부회장 주도로 진행된 애경의 항공 사업 부문에서도 ‘불안하다’는 비판이 곧잘 제기됐다. 국내에서 세 번째 정기항공사로 취항한 애경의 제주항공이 업계 맞수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공룡’ 앞에 주눅 들지 않고 잘 해나갈지 불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제주항공의 경우 불과 5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데, 잦은 고장 등으로 일부 노선에서는 결항하는 사고가 벌어지는 등 위태한 모습을 보였다.

◆애경 “후계구도 이미 마무리됐다”며 발끈 

애경그룹의 다방면 사업 확장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애경의 후계구도와 연관을 짓는 시각이 많다. 몸집을 키운 사업영역이 결과적으로 애경그룹의 후계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만일 어느 한 사업 부문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후계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3남 1녀와 사위가 저마다 맡은 사업 부문에서 어떤 경영 성과를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그룹 경영권이 결정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애경 측은 “불쾌하다”며 발끈했다. 오래 전에 경영권과 상속 및 지분 정리가 마무리 된 상태이기 때문에 재차 그룹 경영권이 조정된다던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이미 채 부회장이 그룹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후계구도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고 채몽인 사장(장 회장의 남편)의 유언과 유산에 따라 기업의 후계구도는 이미 정리된 상태”고 말했다. 또 “후계구도 논하는 시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플라자의 성장통설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며 “삼성플라자는 지난해 1, 2월 두 달간 인수 작업을 진행했고, 인수 뒤엔 매장을 리뉴얼하느라 몇 개월간 개점휴업상태로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게 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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