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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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9 17:26:19
[프라임경제]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일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추상적인 정책 나열이 계속되자 “이런 유사한 보고와 토론은 수 없이 해왔으니,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을 제시하라”며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각 부처별 보고에서 나타난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발상의 전환을 하자’ ‘실천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보여라’ ‘현장을 확인하고 종합적 사고를 하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적으로 일하자’는 식의 확 바뀐 대기업식 회의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고학생 시절의 비정규직 노동자 경험을 비롯해 대기업 CEO, 서울시장 등 자신의 직접 체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사례 제시와 ‘언중유골’의 화법으로 ‘일하는 정부’의 메시지를 제시했다.
발상의 전환을 하자는 것은 작은 변화가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 업무보고의 첫 화두는 ‘日新又日新’ 의 창조적 변화. “과거의 경험은 참고만 할 뿐 의존해선 안된다. 매일 스스로 변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고민을 해야 한다. 어제와 같이 오늘을 산다면 뒤쳐지고 오늘과 같이 내일을 산다면 또 뒤쳐진다. 새 시대에 맞는 창의적 발상을 해야 한다. 일찍 출근 하는 것만큼 일도 그만큼 효율적이고 빨라져야 한다”고 채찍을 가했다.
또 위기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로 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새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아파하면 공직자들은 더 아파하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국민들이 아파하는 것을 체감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봉급은 제대로 나가지 않느냐. 부도 날 일도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15일 주말 아침 7시 30분부터 진행된 행정안전부 업무 보고에서도 “토요일 이른 아침에 해서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힘들면 국민들이 그 만큼 편안해질 수 있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3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산업단지 인ㆍ허가 기간을 6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규제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을 사례로 들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안 해줄 수 있을까 생각부터 먼저 한다. 법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공직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직자 여러분들이 지난 5년 동안 혁신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 국민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CEO 출신답게 업무보고에서 실천계획이 잘 드러나지 않으면, “모호하게 ‘상반기 하반기’ 추상적으로 해선 곤란하다. 날짜와 시간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디지털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는것 같다. 날짜와 시간까지 들어간 계획으로 세밀한 연구와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짜주길 바란다”면서 “앞으로는 월별, 항목별 체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또 관광수지 적자 문제와 관련, 창의적인 정책대안을 주문하면서 “문제도 잘 알고 대책도 수 없이 세웠다는데 왜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지 이유를 아는가? 몇 년 뒤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필요한데, 제주 특별자치도 만들어서 달라진게 무엇인가. 영어 간판 하나 제대로 달려는 노력도 없는 것 같다”고 거세게 몰아 부쳤다.
이 대통령은 간접화법이나 비유를 통해 오히려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보고에서 “세계 각지에서 근무하며 누구보다 변화를 체감 했을텐데, 얼마나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변화를 해왔는지 모르겠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 변화를 추구해야 발전 할 수 있다. 외교부에 인재가 많은데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백년 후 우리의 후손들이 평가 할 때 그 때 참 지혜롭게 대처해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져왔다고 평가 받을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자”며 여운을 남겼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교통 신호체계만 개선해도 교통 혼잡 비율이 70%는 개선될 수 있다. 잘못된 교통신호로 에너지 낭비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검토 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하면 5년은 걸릴 것이니 진행상황을 확인하라”고 호통 쳤다.
이번 각부처 보고 도중 한 두번은 꼭 구체적인 수치나 관련 통계를 질문해 해당 부처 장관은 물론 실무자들까지 회의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한 부처 보고에서는 하루 200여대 정도 밖에 안다니는 도로의 톨게이트를 사례로 들며 “톨게이트 사무실 유지비용과 직원 인건비가 통행료보다 더 훨씬 많더라. 차라리 통행료를 무료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느냐”며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꼬집었다.
“일본 지자체 공무원들이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일 년에 몇 번 씩 한국에 온다. 반 이상은 한국말도 잘 한다”면서 관광 수지적자 타령만 하고 현실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연쇄살인사건이나 화재가 빈발해도 경찰서나 소방서가 제대로 없는 지역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해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일이 터지면 타지에서 잠시 와 일하다가 다시 슬그머니 가버린다. 이런 식의 행정으로는 국민들로부터 도저히 사랑을 받을 수 없고 신뢰를 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시스템과 전략을 짜라’는 것.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율적인 변화로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화합과 팀플레이를 강조하면서 “칸막이 행정과 부처 이기주의는 없애야 하고, 부처간 조정이 필요하면 해당 부처 장관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을 내라”고 주문했다.
외교부 보고에서 자원외교 대상국가의 경우 주로 2년 반만에 직원들의 인사가 진행되는 것을 예로 들면서 “2년 반 만에 자리를 옮기는데 이렇게 해서 실질적인 자원외교가 될 수 있겠나. 원론적인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전략 등 실질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틀에 박힌 형식적 보고에 대해서도 즉석에서 질타했다. 한 부처 보고에서 “보고서는 잘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실천하지 못할 것은 빨리 빼라”고 말한 뒤 “새 정부에서는 보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에 있는 모범답안 같다.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지 틀에 박힌 탁상행정 소극적 방식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새 정부에서는 형식적 회의는 없을 것이며, 국무회의도 마찬가지다. 매번 회의결과의 진행상황을 다음 회의에서 확인하자. 이런 것이 계속되면 더욱 효과적인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격식에 얽매인 회의진행과 관련해서도 “과거 기업에 있을 때 정부 회의에 참석했던 생각이 난다. 당시 회의 진행을 보면서 이렇게 해서 무슨 변화가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창조적 변화를 촉구했다.
정책을 만들 때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일해선 안된다. 국민들이 어디를 아파하고 불편해 하는지 민생의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면서 살아있는 정책 개발”을 거듭 강조했다.
국방 개혁과 관련, “국방 분야에서도 국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국방개혁은 안보태세확립의 중요한 요소이면서 동시에 국가경제발전과도 관련이 되는데 국방 개혁도 실용의 관점에서 해야 한다.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하고 시스템과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방 R&D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의 조선 산업을 예로 들면서, “이지스함 등 최첨단 전함은 특별한 방위산업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술과 IT기술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방위산업도 실속 없이 따라가기만 하는 식이 되어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민간이나 군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하고 연구 결과를 상호 공유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 할 일과 민간에서 할 일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관주도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공직자들은 일선에 나가서 현장을 알아야 한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에서도 “지금까지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새로운 노사문화도 없고 노사정 협력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노동부는 이번에 조직이 변하지 않았지만 변해야 하고, 과거의 발상으로 일해서는 안된다. 얼마나 신속하고 공평하게 봉사정신으로 일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노동자와 기업가의 생각이 바뀌고 국제 환경도 변하는 데 그대로 머무르면 안 된다. 어느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내 일처럼 걱정하고 연구하고 고뇌해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에서 가장 강조하는 대목 중 하나가 공직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꼽았다.
공직자들이 변화와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 대통령은 “습관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말고 발상을 전환해 ‘머슴’의 자세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머슴’이라며 ‘머슴론’을 제기한 의미는 무엇보다 공직자가 변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선진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