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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반대' 최대이슈 급부상

운하 반대여론 벌써 60%대, 점점 멀어지는 한나라당 ‘과반’

김동현 기자 | pen1969 | 2008.03.26 14:41:07

[프라임경제] 말 많고 탈 많던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이 결국 총선 앞둔 한나라당의 최대 걸림돌이 돼버렸다. 이 대통령은 ‘국토 대개조론’까지 내세우며 운하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당은 여론 악화를 우려하며 운하 공약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당은 일찌감치 ‘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시켰다. 운하 사업에 대한 여론 추락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은 운하 저지 공약을 내세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다. 급기야 운하 사업 찬반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비한나라당 정치권을 포함해 교수집단, 환경단체 등이 운하 저지 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공약 중 하나인 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23일 밤, 이재오 의원은 이 대통령과 만났다. 둘은 당시 불출마 논란이 일었던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자신의 거취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대통령에게 운하 공약에 대한 적극적인 이슈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이 대통령은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소극적 입장이 아니라 큰 입장에서 구조를 한 번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며 운하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25일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운하 반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투표를 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운하’를 총선공약에서 제외시킨 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웠다. 강재섭 대표가 나섰다. 그는 “대선 때는 하나의 큰 공약으로서 밀고 나갔지만 이제 국민들 중 상당수가, 많은 사람들이 신중하라고 하니 과연 이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국가 백년대계에 도움이 되느냐를 다시 원점에서 차분하게 검토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지와는 전혀 딴 판의 발언이었다. 당과 청와대가 따로 놀기 시작했다. 

◆교수 수천명 운하 반대 

운하 반대 입장은 당 안팎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자신의 지역구(서울 영등포갑)를 전여옥 의원에게 뺏긴 고진화 의원은 지난 25일 탈당 및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운하 저지 천만인 서명운동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천 탈락에 대한 반발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중이어서 고 의원이 나서는 저지 운동은 의외의 바람을 탈 수도 있다. 

고 의원은 “정파를 초월하여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한반도대운하 저지를 위한 국민연대의 맨앞에서 1천만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당 정파를 뛰어 넘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저의 소신을 갖고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대운하 저지 공약을 내세우며 이재오 의원과 대결을 벌이는 문국현 대표와의 연대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무성 의원이 이끄는 영남권 무소속연대의 반대 또한 거세다. 무소속연대는 ‘운하 저지’를 친박 무소속 후보들을 하나로 묶는 끈으로 정했다. 서울수도권 친박계 인사들이 구축한 친박연대 역시 운하 저지 공약에 적극 나설 참이다.

공천갈등과 권력투쟁으로 빚어진 갈등 때문에 이 대통령의 ‘운하 공방’은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의 연장선처럼 돼 버린 측면도 있다. 정치권에서 벌이는 공방은 공약의 실체를 놓고 벌이는 찬반 격론이 아니라 서로 싸우다 보니 트집 잡히는 대로 치고 받는 꼴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운하는 집안싸움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총선이슈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반한나라당 세력은 너도나도 ‘운하 반대’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6일 ‘한반도 대운하 총력 저지’ 방침을 밝히며 “운하 저지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현역 의원 48명도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대운하를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 등도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반(反)운하연대를 선언했다.
수천명의 대학교수들도 전국적 조직을 구성, 반대 주장을 펼치는 중이고, 환경단체들도 운하반대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교수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지난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최대 규모여서 주목된다.

◆예상했던 최악 시나리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운하 반대자들의 결집’을 예상하고 있었다. 여론의 악화도 예견됐었다. 대선을 전후해 “운하 공약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고언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한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운하 문제만 거론됐다 하면 찬반양론이 너무 뚜렷하게 나와서 총선 공약으로는 도저히 적합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대운하 공약 발언이 이 대통령 입에서)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제법 보고 됐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 말대로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자신의 최대 공약이었던 ‘운하’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인수위 측은 대운하 공약에 대해 ‘충분히 잘 검토 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고수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한나라당은 운하 공약에 대해 ‘거론해서 별로 좋을 게 없겠다’는 정도로 여겼다. 대선 후 60%에 육박하던 막강한 당 지지도를 잘 유지하면 200석도 가능한데, 괜히 찬반양론이 뚜렷한 운하 이야기를 꺼내서 ‘한나라당당 대 비한나라당’ 대결 구도를 ‘운하 찬성’ 대 ‘운하 반대’ 구도로 바꿔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운하 걱정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분히 여유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영 딴 판이다. 총선현장에 뛰어든 당 후보들은 운하와 관련해 갈수록 멀어지는 민심을 피부로 느낀다. “마음같아선 운하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싶기도 하다”는 뼈있는 농담(?)을 건네는 한나라당 후보도 있다.

수도권 모 지역에서 공천권을 따낸 A 의원은 지난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 사람들 만날 때 운하 이야기만 나오면 ‘앞으로 잘 검토할 것’이라고 늘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막상 토론 분위기가 시작되면 할 말이 별로 없어진다, 공격만 당한다”면서 “운하 공약은 총선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표 갉아 먹는 골칫덩어리”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비단 A 의원만의 것이 아니다. 부산 지역에서 출마하는 B 후보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기간 중에 TV토론이나 운하공약 전도사가 돼야 하는데 이 문제가 거론되면 표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릴 게 뻔하다”고 말했다.

◆대체 여론 얼마나 안 좋길래

당과 총선 출마자들이 이토록 ‘운하’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여론 악화 때문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서 운하 찬성 여론은 48.2%에 달했다. 반대는 39.8%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여론은 운하 편으로 기운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불과 10여 일 지난 1월 9일 CBS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43.8%)이 찬성(40.6%)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운하 찬성 여론은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이로부터 한달이 채 지나기 전이었던 지난 2월 6일 SBS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반대의견이 무려 49.4%에 달했다. 찬성은 고작 26.2%였다.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도 반대 여론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2월 29일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 여론조사서 반대의견(55.0%)은 찬성의견(29.8%)을 압도했다. 급기야 지난 3월 22일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은 17.0%까지 떨어졌고, 3월 24일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서 운하공약 반대의견은 최고치인 63.9%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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