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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언-김우중-DJ' 커넥션 또 도마

조풍언에게 건네진 김우중 은닉재산, DJ 측 누구에게?

김동현 기자 | pen1969 | 2008.03.28 11:12:31

[프라임경제] 수년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풍언 의혹’이 18대 총선의 또 다른 변수로 뜨고 있다. 1999년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씨를 상대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씨에게 1999년 송금된 4,43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26억원)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조풍언 사건’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돈이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란 의혹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처럼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씨에 대한 검찰수사를 둘러싸고 '기획입국설'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가 지난 1월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김우중-조풍언 검은돈 거래’ 의혹은 새 국면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우중 피고가 대우그룹 자금을 횡령하여 은닉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우의 해외 비밀 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를 통해 KMC에 자금을 보내게 하고 KMC와 통신네트웍 명의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취득했으며, 대우통신과의 사업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의 돈이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라는 근거로 ‘KMC가 2000년 2월부터 이듬해 7월 사이 처분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일부의 매각대금 2,606만달러와 대우통신과의 계약이 무산되며 돌려받은 741만달러가 KMC와 라베스로 흘러갔고, 이 가운데 주식 매각대금 2,500만달러가 김 전 회장의 아들이 태국 방콕은행에 개설한 러시아인 이름의 계좌에 송금됐던 사실’ 등을 내세웠다.

소가 제기된 지 5년4개월여 만에 내려진 이 판결은 김 전 회장과 조씨의 돈거래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J 정부에 대한 조씨의 로비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대우 해외비밀금융조직인 BFC로부터 4,430만달러를 받은 명목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용했는지,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한 로비 활동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조씨에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 그의 느닷없는 입국 배경을 둘러싸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이 총선을 유리하게 치르기 위해 계획적으로 조씨를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 기획입국설 왜?

검찰은 지난 2005년 귀국한 김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당시 4,430만달러가 대우그룹의 해외 BFC를 통해 조씨에게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돈이 어떤 명목으로 건네진 것인지 밝혀내진 못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DJ과 친분이 두터운 조씨가 직접 대우그룹 퇴출 저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의혹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검찰은 미국시민권자인 조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중단하고,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덮혔다.

하지만 조씨가 지난 3월 초 느닷없이 귀국했다. 검찰은 조씨에 대해 출국정지 명령을 내린 뒤 조씨에 대한 계좌추적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자료 검토를 마치고 조씨에게 대우 측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와 로비 사실, 공소시효 완성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정치권, 특히 통합민주당은 총선을 한달 앞둔 예민한 때 조씨가 자신 입국한 것을 두고 여권이 개입된 ‘기획입국설’ 의혹을 제기했다.

조씨가 DJ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날 경우 민주당에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조풍언씨의 입국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DJ의 경기 고양 일산 자택을 6억원에 매입하기도 한 조씨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김 전 대통령 및 국민의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회장과는 경기고 2년 선후배 관계다.

조씨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에서 조씨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구체적인 용처가 드러날 경우 조씨가 DJ 정부 시절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항간의 의혹은 ‘DJ 정부 시절 비자금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조씨가 전방위 로비를 했다면 변호사법 위반 또는 알선수재, 제3자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종료된 상황이다.

김 전 회장과 공범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김 전 회장이 기소되고 형이 확정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될 수도 있다. 형사처분을 피하려고 국외에 있을 때도 시효가 정지된다. 그러나 조씨가 미국 시민권을 지닌 외국인 신분이라 법원이 이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조풍언-김우중 관계’는 은밀한 거금 거래설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조씨를 자신의 ‘재산 관리인’으로 이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또 조씨가 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DJ 정권의 보이지 않는 핵심’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이번에 밝혀진 김씨와 조씨 간 거래는 그래서 “DJ와 김씨 사이에 조씨가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 2005년 당시 수사에선 어떤 일이…
 
2005년 8월 동아일보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1999년 10월 100억원 이상을 조풍언씨에게 전하며 대우 구명로비를 펼쳤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이 당시 입원 중이던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검사를 보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로비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얘기도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우중이 경기고 2년 후배인 조풍언을 재산 관리인으로 이용했다’ △‘조풍언이 1999년 DJ의 일산 자택을 매입한 사실은 조풍언이 DJ정권의 보이지 않는 핵심이었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 △‘조풍언이 김우중의 지시로 DJ 측근에게 접근, 실제 로비를 벌였다’ △‘조풍언은 DJ와 김우중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 사실을 노무현 정권도 알고 있었지만 수사 당시 정권 실세가 검찰을 통해 이를 무마시키려 한다’는 등의 무수한 의혹이 나돌았다.

하지만 검찰은 ‘DJ-김우중-조풍언’ 3인을 둘러싼 분분한 의혹에 대해 어떤 것도 밝혀내지 못 했다. 검찰이 확인한 바는 김 전 회장의 지시로 BFC가 1999년 6월 조씨가 대표로 있던 홍콩 소재 KMC와 미국 LA 소재 라베스라는 회사에 각각 2,430만달러와 2,000만달러를 송금했다는 것 정도였다.

김 전 회장은 이 돈에 대해 ‘조씨로부터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채무변제의 근거를 내놓지 못할 경우 김 전 회장은 BFC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던 김 전 회장에게 횡령혐의가 하나 더 덧붙여진다는 것은 별 뉴스거리가 아니었다.

그나마 검찰이 밝힌 내용도 새로운 게 아니었다. 김 전 회장과 조씨 간의 자금 흐름은 지난 2001년 11월 예금보험공사가 대우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예보는 “김 전 회장이 BFC의 자금 중 281억원을 KMC에 전달, 대우정보통신 주식 258만주(71.59%)를 위장매입했으며 이중 95만주를 처분, 291억원을 홍콩에 반출했다”고 발표했다. 예보는 또 “김씨가 라베스를 통해 대우통신 전자교환기(TDX)사업을 900억원에 인수계약한 후 230억원을 납입했지만 주총 부결로 무산되면서 현금 94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했다”고 밝혔다.

예보의 이 같은 조사결과는 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 대우 부실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는 예보 조사를 근거로 “2002년 9월 KMC가 매입한 대우정보통신 주식 중 남은 주식을 반환하라”는 소송과 함께 “이것이 힘들면 조씨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반환해야 한다”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회장이 조씨를 통해 DJ에게 대우그룹을 구명해 달라는 로비를 벌였다는 ‘3각 커넥션’ 의혹은 별 수사 성과물 없이 덮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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