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후안무치한 협잡꾼’, ‘저속한 근성을 드러낸 모리간상배’, ‘이명박 역도’…. 1일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 언론의 거친 표현이다. 남북관계가 급속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18대 총선 속으로 깊숙이 들어섰다. 이쯤 되면 ‘2008년식 북풍(北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개성공단 사무소 직원 철수 명령 △미사일 훈련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 소동 △한반도대운하 공약에 대한 ‘범죄행위’ 규정 등 지난 3월말 연속으로 터진 일련의 북한 ‘도발’은 이번 ‘이명박 역도’ 표현으로 그 강도가 정점에 달한 형국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18대 총선에 또다른 변수가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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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대남 강경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속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
북한 언론은 이명박 정부 취임 후 몇 차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는 성명이나 보도를 냈지만, 이번처럼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거친 표현을 쓴 적은 없었다.
북한의 심기가 이토록 틀어진 이유가 뭘까. 이 대통령은 그간 상호주의를 강조하면서 원칙을 전제로 삼았다. 이 원칙의 구체적 알맹이는 다름 아닌 북핵 폐기. 향후 남북의 공동번영을 위해선 원칙적으로 북핵이 완전 폐기 돼야 한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지론’이다.
북한은 이 같은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후안무치한 협잡꾼’, ‘저속한 근성을 드러낸 모리간상배’, ‘이명박 역도’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 비하했다.
북한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핵개방 3000구상은 반통일선언”이라며 “핵 억제력을 순순히 내놓치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극히 황당무계하고 주제넘은 넋두리로서 민족의 이익을 외세에 팔아먹고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선언”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새 정부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선 “고의적인 정치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대통령의 ‘우선적 북핵 포기’ 주장에 대해선 “이명박 정권은 핵 포기 우선론을 내걸었다가 수치스러운 참패를 당한 미국 상전과 선행정권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이명박 정권은 친미사대 반북대결 책동으로 북남관계가 동결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파괴되는데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심초사 민주당
북한의 이 같은 강경기조는 지지부진한 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란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현재로선 설득적이다. 대북 강경책을 예고하는 이명박 정부를 남북관계 협상 라인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대북외교력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도발이 총선과 맞물려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선거 상황에서도 ‘선거 직전 북풍’은 보수적 정치집단이 적극적으로 조성한 측면이 강했다.
북한의 도발을 부각해 안보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보수세력을 집결시키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선거 직전 ‘북풍’은 누가보더라도 한나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북풍’은 총선 최대 쟁점으로 부각한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대운하 공약’까지 건드리고 있다. 민주당을 선두로 한 야권 전체가 한반도운하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까지 나서서 한반도운하 공약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나선 통에 야권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 3월 29일자에서 한반도운하 구상에 대해 “남조선 인민들에게 허리를 펼 수 없는 세금부담을 들씌우고 생태환경 파괴로 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며 “후대들에게 파괴된 터전을 물려준다면 그것은 역사와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악 중의 죄악으로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측의 이 같은 입장은 현재 야권이 한목소리로 대운하 구상을 비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연대 등이 운하를 대하는 당론과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운하만큼은 안 건드렸으면…”
익명을 요구한 통합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현재 우리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반도운하 사업 저지 이슈만큼은 북한이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북한이랑 민주당이랑 같은 노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우리한테는 좋을 게 전혀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 대북노선을 비판하는 선에서 멈췄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선거 전에 벌어지는 북한 개입 자체가 사실 불편하다”면서 “이번에 또 발생한 북한의 공세적인 태도는 한나라당만 유리하게 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은 위기감을 높여 여권의 안정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신북풍’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개성공단의 경협사무소 직원을 내보낸 것은 북한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북풍이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받아들여졌다.
선거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풍’이 과거처럼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표 한표가 급한 민주당 입장에선 북한의 ‘오버’가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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