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1세기의 한국 재계는 과거에 비해 큰 소용돌이 속을 걷고 있다. 기업은 시대와 경제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순응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침몰했다. ‘거대공룡’ 기업이었던 대우의 몰락, 현대그룹의 분열 및 외환위기 사태 이후 동아건설, 해태, 거평, 한라 등이 침몰하는 등 재계 판도가 급변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대기업들이 몰락한 재벌의 자리를 메워나가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의 ‘한 지붕 두집 살림’도 이런 변화 속에서 LG와 GS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길을 택했다. 본지는 [대기업 완벽대해부] 기획특집으로 <동양그룹> 편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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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금융과 건설, 레저사업 등 3대축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을 거친 동양그룹이 반세기를 맞아 '몸집 키우기'에 나서며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동양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 규모 순위(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서 재계 22위를 기록 중이다. 그룹은 동양메이저를 비롯해, 동양매직, 동양시스템즈, 동양레저, 동양온라인, 동양시멘트, 동양종금증권, 동양생명보험, 동양캐피탈, 동양창업투자 등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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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동양家 사위경영의 한 축이다. 현재 현 회장과 담 회장은 막역한 동서지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냉정한 경쟁 관계로 통한다.
'일등'을 강조하는 현 회장의 집무실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병교필패(兵驕必敗)'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교만하면 판단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현 회장은 겸손을 강조하면서 늘 자신을 경계한다고 한다.
경기 중·고교를 졸업한 현 회장은 서울대 법대 3년 재학 중 12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검사의 길을 걷던 중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현 회장은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부회장직을, 2005년에는 재계 대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 의장을 역임하면서 활동반경을 넓혔다.
19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첫발을 내디딘 후 고 이 회장의 장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결혼,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그룹에 발을 들였고,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89년부터 동양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선 현 회장이 재벌가 딸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했다고 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 회장의 집안 역시 고 이 회장의 집안 못지않은 명망가였다. 고 이 회장의 집안이 부를 가졌다면 현 회장의 집안은 학식과 명예를 가지고 있었다. 현 회장의 부친은 고 현인섭 이화여대 의대 교수, 또 조부는 고 현상윤 고려대 초대총장이다.
학자풍인 현 회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통한다. 늘 입가에 잔잔히 미소를 머금고 있는 현 회장은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내실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동양그룹의 문화 역시 현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흡사해 보인다.
현 회장이 경영자로서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룹의 주력인 동양종금증권 동양생명 동양투신운용 등 금융부문이 외환위기 여파로 가시밭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때 현 회장은 외환위기로 인해 부채 비율이 1,000%까지 치솟는 등 위기를 맞았으나 수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내실 경영으로 그룹을 안정시켰다. 동양시멘트는 외환위기와 내수산업의 한계, 경기불황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쌓아왔다. 특히 동양시멘트는 창사 이래 40여년 간 무분규, 무파업을 이어올 정도로 노사간 상호 신뢰가 두텁다.
현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의 주력 사업을 장인의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탈바꿈하는 추진력을 보였다. 지난해 현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금융을 동양그룹의 대표사업으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룹 내에 증권사와 보험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 은행을 제외한 금융산업 전 부문에 걸친 자회사를 두면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동양종금증권과 동양생명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한일합섬을 인수하고 곧이어 건설사 인수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등 건설과 레저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기반도 갖췄다.
한편, 올해 초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동양의 선봉에는 동양家의 장녀이자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CDO(Chief Design Officer)를 맡고 있다. 재벌가 의 모든 딸들이 그러하듯 그녀 또한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1990년부터 동양매직 디자인 담당 고문이었던 이 부회장은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 출신답게 전문가적인 감각에다 실무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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