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차기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야하는 과제를 맞는다. 즉, 안정적 후계구도 확립은 '제2의 성장'을 위한 필수과제란 인식이 재벌가에선 거의 정론처럼 통한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대기업 그룹의 '30대 재벌 3세'가 경영 전면에 급부상하며 오너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나 사후 평가 없이 관대하게 이뤄지는 '핏줄 등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본지에서는 ‘경영승계 어디까지 왔나’의 시리즈로 <일진그룹>의 경영승계를 쫓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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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창립 41주년을 맞으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일진그룹은 최근 '2세경영' 체제로 접어들었다. | ||
일진그룹의 창업주인 허진규(68) 회장은 지금도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며 왕성한 경영활동을 보이고 있다. 전주고와 서울대를 나온 허 회장은 지난 1967년 집안 마당에서 직원 1명을 데리고 그야말로 초라하게 창업했다.
그러나 당시 허 회장의 행보는 원천기술이 없어 외국 기술을 수입해 상업화하는 국내 산업의 현실을 간파한 장기적 안목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허 회장의 이 같은 안목은 그대로 적중했고 일진은 전기부품 국산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후 PCB(인쇄회로기판) 전해동박 기술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세계 일류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회사 등 3개 상장사를 포함 계열사 10여 곳을 거느린 연매출 1조5,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사업분야도 전기․전선업부터 디스플레이사업, 다이아몬드 제조, 방송, 의료기기사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통해 장남 정석씨 최대주주 올라…‘지배력 상승’
차남 재명씨, 사위 윤동씨도 계열사 최대주주…가족경영 박차
뚝심을 가지고 40년을 넘게 그룹을 이끌어 온 허 회장은 지난 2006년 4월 세계 최초로 프로젝션용 싱글LCD패널 개발에 성공하며 정체됐던 그룹을 재도약 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허 회장의 이 같은 모습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그를 향해 ‘원조 벤처인’이자 ‘마라톤 경영인’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이제 제3의 도약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는 허 회장은 지난해 `비전 2010'을 선포하며 2010년 매출 3조5,000억원, 순이익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 2세경영 체제 마무리
현재 6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는 허 회장이지만 40년 넘게 그룹을 이끌어 온 만큼 이제는 후계구도로의 전환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허 회장은 장남 정석씨, 차남 재명씨, 장녀 세경씨, 차녀 승은씨까지 2남 2녀를 두고 있다.이 중 두 아들은 그룹의 경영일선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으며 향후 후계구도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일진그룹은 허 회장의 장남인 정석 씨와 차남 재명 씨를 일진중공업과 일진소재산업 대표이사이자 부사장과 전무로 각각 승진시켜 두 아들이 모두 경영전면에 등장하며 본격적인 2세경영 체제를 수립하기도 했다. 또 1년 만인 지난해 정석씨와 재명씨는 사장과 부사장으로 다시 한번 승진하며 초고속 승진 레이스를 이어가기도 했다.
한편 일진그룹은 지난 4월 일진홀딩스(가칭)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히며 재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핵심계열사인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가 일진전기대표체제로 투자사업부문을 각각 분할 합병한 상황이고, 기존 21개 계열사 중 11개가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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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중인 일진그룹은 그룹 오너인 허진규 회장의 장남인 정석씨가 지난 7월 4일 최대주주로 떠올랐으며, 차남 재명씨와 둘째 사위 김윤동씨도 계열사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 ||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과정에서 허 회장 2세들의 지분 변동 현황. 특히 일진다이아몬드와 디스플레이 최대주주로 있던 허정석 사장은 지난 4일,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일진전기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주목을 받았다.
당초 최대주주였던 일진다이아몬드가 분할합병되는 과정에서 허 사장의 지분율도 자연스럽게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허 사장은 아버지 허진규 회장의 지분의 10.95%보다 높은 19.95%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한 차남인 허재명 부사장도 일진소재산업 지분 51.82% 까지 확보하며 지배력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의 관계자는 “후계구도로 전환이 언젠가는 불가피하게 올 것이기 때문에 밑그림 정도는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 구체적인 경영승계 움직임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장남인 허정석 사장은 일진다이아몬드와 디스플레이, 일진전기 등 그룹의 기존 주력사업을, 동생인 허재명 부사장은 소재부문과 생명공학 등 신규사업을 이끌며 두 아들 간 영역정리도 마무리 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아들 외에 장녀 세경씨와 승은씨도 7월 들어 일진전기 지분 각각 0.48%로 늘린 상황이고 둘째 사위인 윤동씨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일진자동차의 지분 4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자리하며 확보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우호지분의 역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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