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을 명문화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 개정법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법 제26조의2가 신설됐고,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 법률 자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서류, 자료 및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비밀로 유지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ACP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확립된 제도로,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실관계와 자료를 숨김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인 방어권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기능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실무상 유사한 보호가 일부 인정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명문 규정이 없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나 문서 제출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에 관하여 지속적인 논란이 존재해 왔다.
이번 개정법은 이러한 공백을 해소하고 ACP를 법률상 권리로 명확히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정법에 따르면,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서 법률 사건 또는 법률 사무에 관한 조력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 의사교환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해 작성한 서류나 자료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의뢰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 변호사가 의뢰인의 범죄나 위법행위에 관여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사이에 발생한 분쟁과 관련해 자신의 권리 행사 또는 방어를 위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공개가 허용된다.
종전에도 변호사법은 변호사에 대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었으나, 이는 변호사가 스스로 준수해야 할 의무로서 이해되는 데 그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나 증거제출 요구에 대해 이를 근거로 직접 거부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ACP가 도입됨에 따라, 변호사와 의뢰인은 해당 자료가 ACP 보호 대상임을 근거로 현장에서 즉시 압수수색에 대한 거부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에 대해서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ACP가 실무상 어느 범위까지 인정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해석상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단순히 이메일에 참조(cc)로만 포함된 경우에도 ‘법률 조력 목적의 의사교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기업 내 근로자로서 재직 중인 사내변호사의 자문 또한 ACP의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 등은 향후 판례를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ACP의 실제 적용과 관련한 절차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실무상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예컨대 압수된 자료가 ACP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내용을 열람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비밀의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같이 별도의 필터링 절차나 제3자 심사 구조의 도입 필요성도 논의되고 있다.
ACP의 법제화는 단순히 변호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보다 자유롭고 솔직하게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결국 구체적인 운용 방식에 달려 있는 만큼, 향후 판례와 함께 절차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기업과 변호사 모두 ACP의 보호를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사전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서 작성 시 해당 자료가 법률 자문 또는 분쟁 대응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Privileged & Confidential'(비밀유지권·기밀 보호 대상) 등의 표시로 비공개 대상임을 사전에 명시해 두는 방식은 향후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으로서는 단순한 업무 커뮤니케이션과 법률 자문을 구분해 관리하는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장현지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와세다대학교 국제교양학부 졸업 / 옥스퍼드 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前) 대림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