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유가 피해지원금으로 골목상권에 잠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분석에 따르면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 이후 3주간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반가운 수치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 골목상권이 살아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매출 증가는 골목상권의 체력이 회복된 결과라기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써야 하는 돈이 시장에 풀리며 소비가 단기간 늘어난 측면이 크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골목상권에 잠시 매출을 안겨줬다. 반면 비용 청구서를 대신 내주지는 않는다. 식자재값과 임대료, 인건비, 이자 부담은 여전히 사장들의 몫이다. 피해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늘어난 매출 뒤에 가려졌던 비용 부담이 다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에는 사용 기한도 있다. 사용 기한은 오는 8월31일까지다. 정해진 기한 안에 써야 하는 돈인 만큼, 지금의 매출 증가가 9월 이후까지 이어질지는 따져봐야 한다.
소상공인을 짓누르는 구조적 부담은 그대로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라는 '3고'는 여전히 골목상권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매출은 잠시 늘었을지 몰라도 식자재 가격, 임대료, 인건비, 공공요금 등 영업비용은 계속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액은 14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6% 증가했다. 매출 증가라는 표면적 지표 뒤에 부채와 비용 부담이라는 더 깊은 균열이 숨어 있는 셈이다.
중기부는 '10.6% 증가'라는 단기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짜 정책의 성패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기한이 끝난 9월 이후에 갈린다. 피해지원금 효과가 사라진 뒤 매출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정책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
물론 정부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배달앱 수수료 완화·공과금 지원·정책자금 상환 부담 조정 등 여러 장치는 이미 작동 중이다. 그럼에도 골목상권이 여전히 흔들리는 이유는 지원이 현장의 구조적 부담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원책의 나열이 아니라 효과의 점검이다. 단기 보전에 그치는 정책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낮추고 매출 기반을 넓히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중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지원금이 아니라, 지원금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이다.
특히 음식점 비중이 큰 골목상권에서는 식자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체감도가 높을 수 있다. 식자재 공동구매와 직거래 플랫폼 확대는 한 가지 대안이다. 지자체나 중기부가 농수산물 직거래 도매 플랫폼을 확대하면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연간 거래 규모 제한 등으로 일반 식당 사장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장벽이 있다. 결국 많은 자영업자는 동네 식자재마트나 기존 오프라인 도매업체의 높은 마진을 감당해야 한다.
골목상권에 필요한 것은 잠깐의 온기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기반이다. 정부가 정말 소상공인의 회복을 말하려면 돈을 붓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사용 기한이 끝나기 전에, 골목상권에 남겨질 비용 청구서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