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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관제·정비로 확장하는 대한항공의 '항공 AI'

AI Pilot·ACROSS·디지털 MRO 선봬…상용화 속도는 제각각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7.16 11:46:20
[프라임경제] 항공기 외관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10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든다. 드론과 지상 로봇이 기체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 영상을 분석해 1㎜ 크기의 결함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대한항공(003490)이 공개한 미래 항공 기술은 기체 개발보다 운영 과정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가 무인기의 임무 수행을 지원하고, 도심 하늘 길을 통제하며, 항공기 상태를 점검한다. 사람이 맡아온 조종·관제·정비의 판단 영역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흐름이다.

대한항공은 15~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서 AI 파일럿(AI Pilot), 미래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이하 UAM) 통합 운영 솔루션 ACROSS, 디지털 유지·보수·정비(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이하 MRO) 체계를 선보였다.

세 기술은 적용 시장과 개발 단계가 다르다. 디지털 MRO는 기존 정비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ACROSS는 형성 중인 UAM 시장의 관제 기반을 겨냥한다. AI 파일럿은 유·무인 복합체계를 향한 장기 개발 과제에 속한다.

현재 사업화에 가장 가까운 분야는 디지털 MRO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상부를 촬영하는 인스펙션 드론과 지상을 이동하는 인스펙션 로버를 함께 운용하는 검사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두 장비가 촬영한 영상은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AI가 외관 이상을 분석한다. 대한항공은 1㎜ 크기의 결함을 확인하고 기존 10시간가량 걸리던 검사시간을 1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대한항공 부스 전경. ⓒ 대한항공


검사시간 단축은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인력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높은 곳에 올라 기체를 직접 살피는 작업이 줄고, 검사 때문에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질 수 있다.

상용화 과정에서는 탐지 성능을 꾸준히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AI가 찾아낸 이상 부위를 정비사가 확인하는 절차와 실제 결함을 놓쳤을 때의 대응 기준도 정리해야 한다. 속도 향상이 정비 품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검증이 필요하다.

ACROSS의 사업화 조건은 더 복잡하다. 여러 UAM 기체의 위치와 운항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통합 운영 솔루션이지만, 시스템 하나만으로 시장을 열 수는 없다.

UAM 기체와 이착륙장, 통신망, 운항 기준이 함께 구축돼야 실제 서비스가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 챌린지 1단계와 2단계 실증을 마쳤지만, 상용 운항 시점은 전체 생태계의 준비 속도에 좌우된다.

대한항공은 기존 항공 운송에서 쌓은 운항통제 경험을 ACROSS에 반영하고 있다. 기상과 공역, 비정상 상황을 관리해온 경험을 저고도 도심 운항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용 환경에서는 여러 사업자의 기체와 이착륙장, 통신 시스템이 동시에 연결된다. 운항량이 늘어날수록 경로 변경과 비상상황 대응도 복잡해진다. 실증 단계에서 확인한 기능을 다수 기체 운항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AI 파일럿은 개발 기간과 검증 부담이 가장 큰 분야다. 대한항공은 AI가 임무 상황을 판단하고 여러 무인기 운용을 지원하는 미래형 유·무인 복합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전시에는 레이더 탐지를 줄인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Anduril)과 공동 개발 중인 비행 시험 기체가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무인기 플랫폼과 생산 역량을 맡고, 안두릴과 자율 임무 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구도다.

미래 전장에서는 통신 방해와 기상 변화, 적 위협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AI가 여러 정보를 분석해 임무를 지원하려면 제한된 통신 환경에서도 판단을 이어가야 한다. 인간 조종사와 AI의 역할을 어디까지 나눌지도 핵심 과제로 남는다.

잘못된 판단이 임무 실패나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다른 기술과의 차이다. AI 파일럿은 기체를 움직이는 능력과 함께 판단의 신뢰성과 통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세 기술의 사업화 속도에는 차이가 예상된다. 디지털 MRO는 대한항공의 항공기와 정비 현장에서 바로 검증할 수 있다. ACROSS는 UAM 시장의 출범 일정에 영향을 받고, AI 파일럿은 장기간의 개발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이 가진 강점은 기술을 시험할 실제 현장이다. 여객기와 화물기를 직접 운항하고 정비 조직을 운영하며, 항공우주사업을 통해 무인기 개발 경험도 축적했다. 운항과 정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도 자산이다. 항공기 상태와 작업 절차, 비정상 상황에 관한 자료를 AI 학습과 시스템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개발자가 실제 사용자이기도 한 구조다.

반대로 내부 현장에서 작동한 기술이 곧바로 외부 시장의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항공사와 공항, 군이 사용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연결돼야 한다. 고객마다 다른 업무 절차에 맞춰 시스템을 적용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첨단 전략 항공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이번 박람회에서 내놓은 기술은 항공사의 사업 범위가 항공기 운항과 정비에서 관제 소프트웨어, 디지털 정비, 자율 비행 기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기술 시연을 운영 성과로 바꾸는 일이다. 디지털 MRO는 검사 정확도와 비용절감, ACROSS는 다수 기체 관제의 안정성, AI 파일럿은 자율 판단의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 대한항공이 항공 운송 경험을 외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기술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항공 AI의 다음 시장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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