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p) 인상한 가운데,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반영 속도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반면, 다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조달 여건과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하며 신중한 대응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WON플러스예금(만기 1년 이상 2년 미만)' 최고 금리를 연 2.90%에서 3.20%로 0.30%p, '우리SUPER주거래 정기적금(1년 만기)' 역시 최고 연 3.55%에서 3.85%로 상향 조정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279570)도 금통위 전후로 금리를 연이어 조정, 적극 대응에 나섰다. 시장금리 상승과 증시로의 자금 이동(머니무브)에 대응해 사전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기준금리 인상 직후 추가 인상을 반영했다. 이날 기준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1%로 인터넷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 금리 인상 때는 시장금리 상승과 증권시장으로의 머니무브 대응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선제적 조치였다면 이번 인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직접 발맞춘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통위 이후 1영업일이 지난 시점인 이날 주요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 폭과 적용 시점을 내부적으로 검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12개월 만기, 최고우대금리 기준)에 따르면 4개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2.60~3.30% 선에 머물러 있다.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정기예금 금리 화면 갈무리
신한은행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이 연 3.30%로 가장 높고,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연 2.95%)',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연 2.90%)',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연 2.90%)' 순이다. 카카오뱅크(323410)는 연 3.60%, 토스뱅크는 연 3.40%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0.25%p 조정하면 수신금리 역시 0.2~0.3%p 안팎의 동조화 흐름을 보여왔다"며 "이번 인상분 역시 조만간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비롯해 은행별 조달 여건 등 복합적인 변수가 얽혀있어 구체적인 단행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 또한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 목표를 보수적으로 유지하면서 은행들의 예대율이 낮아져 무리하게 수신을 유치할 유인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상 조치 이후 시장 변동성에 따른 수신 이탈 가능성을 방어하고 고객 활동성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마진 관리와 수신 경쟁력 확보 사이에서 은행들의 수신 전략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은행권의 수신 이탈 압박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고객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51조1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1%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증시 랠리에 따른 머니무브 여파로 자금 단위가 큰 정기예금의 중도해지 건수(25.8%)가 크게 늘었다. 최근 코스피 변동성 확대로 이탈세가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유동성 방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정기예금 상품공시 화면 갈무리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업계 역시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권 최고 금리는 더블저축은행의 연 4.45%(인터넷·스마트뱅킹)로, 금통위 직전 일부 저축은행이 연 4.50%를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상단이 0.05%p 하락했다.
현재 동원제일저축은행이 연 4.41%, 더케이·CK·페퍼저축은행 등이 연 4.40% 선을 기록 중이다. 수신 금리 경쟁 과열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와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상반기와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드라이브는 자제하는 양상이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수신금리가 일시에 오르기보다는 시장 상황과 자금 흐름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예금 금리에 반영되는 데에는 일정한 시차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