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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부익부 빈익빈 시대' 본격화 조짐

연고대 기부금입학추진,성신여대 등 불경기+공사여파

이종엽 기자 | lee@newsprime.co.kr | 2009.01.16 10:14:53

[프라임경제] 대학에 서열이 있는 게 과연 이상적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소비자들이 여러 기업체 생산품 중에서도 특별히 어느 상품들에 대해 선호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대학도 같은 상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후발인 대학들 중에는 새로운 재단을 영입하거나, 제 2 캠퍼스를 짓는 등 드라마틱한 계기로 상황 타개를 꾀하기도 한다. 한편 이른바 명문대에서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우수한 커리큘럼은 물론, '인맥' 등을 강조하기도 하고, 새롭게 많은 장학금을 내걸기도 한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 서로 경쟁을 통해 대락들이 고루 발전하는 상황이 가장 적절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이러한 '가능성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듯한 징후가 여럿 발견되고 있어, 야심차게 제 2의 도약을 꿈꾸는 대학들을 맥빠지게 하는 것은 물론 우리 나라 교육체제 전반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기부금입학 다시 꺼내…이제는 '정글'이다

이른바 주요대학들은 기부금 입학제 등 3불 정책 틀깨기를 틈만 나면 주장해 왔다. 그간 정부들은 이 제도 고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거나 시기상조론을 펴 왔으므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번 정권들어 '신자유주의 정부 경향'을 타고, 이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4년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 3불(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폐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대교협은 본고사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모집단위 및 전형별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3불 폐지를 기정 사실화 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많다.

3불 정책은 대입전형기본사항에 들어있는 일종의 '컨센서스'로, 1990년대 후반 입시부터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교과부는 3불 정책 위반 대학에 대해 행ㆍ재정적 제재를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입 업무가 대교협으로 이관됨에 따라 입시 정책에서 사실상 손을 떼 향후 대교협의 '광폭행보'를 막을 방법이 마땅찮다. 정부 기조 자체가 이런 문제에 호의적인 것도 지난 정부들과 다르기도 하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은 15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2010학년도까지만 3불 정책을 유지하고 2011학년도부터 폐지할지 여부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하고 있으며, 6월께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그 수혜는 전 대학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라 이른바 명문대로만 독과점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즉 현재도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해서, 연세대, 고려대 등이 적립금이나 학교 재정 현황 등에서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다른 학교들과의 교육 기본틀에서 베이시스(격차) 자체를 완전히 넓힐 수 있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예측인 것이다.

◆ 광고 매출&장학금 등으로 학생 선점 노려

고려대는 최근 대학 광고를 공격적으로 해 크게 눈길을 끌었다. 각종 신문, 사시잡지 등을 통해 양면에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을 써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왼쪽 날개 광고에서는 "정말 하나만 빼고 다 좋아요?"라고 묻는 수험생 사진을, 오른쪽 날개에서는 "서울대보다 좋다"고 답하는 재학생 얼굴을 넣었다.

더욱이 특정대학을 직접 언급해 "품위가 떨어지는 고려대"라는 서울대측 관계자들의 비공식 평가가 나오는 등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노이즈 마케팅'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광고는 '물량' 자체가 화려했다. 각종 신문 등에 폭탄 공세를 퍼부은 이번 일에 대해 광고계에서는 15억 이상 지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연세대는 경영대에 장학금을 대거 지원해 고려대의 추격을 방어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몸집 불리기 반격, 하지만 '소화불량' 우려도

이런 상황에서 애타는 일부 대학들은 반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M&A로 몸집 키우기로 서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으면서 경쟁하는 것처럼, 대학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활동은 캠퍼스 넓히기(제 2 캠 퍼스 갖기)나 장학금 확대 등 여러 각도로 나타나고 있다. 특정 학과를 키워 간판학과가 전체 학교 이미지 개선을 이끌어 달라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우선 간판학과 먼저 키우기라는 방식에 주목하는 대학으로는 인천대 같은 경우가 있다. 동북아대 단과대를 특히 다른 과보다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각종 혜택을 집중시켜 놓는 것이다. 과거 한양대가 법대에 '다 걸기(올인)'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읽힌다.

인하대는 공대가 강한 전통을 살려, 선배 기업인들로부터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들어오는 기부금으로 동아리 빌딩을 새로 짓는 등 '기본시설 확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성신여대는 제 2 캠퍼스를 새로 짓기로 최근 방침을 확정, 기공식 후 공사 중이다. 돈암동의 좁은 학교부지로는 학생들에게 소비자만족을 줄 수 없다는 고심 끝에 나온 판단이다. 중앙대는 최근 총장이 직접 발벗고 나서 새로운 기업 재단을 유치하고 나선 끝에, '두산'을 맞아 들였다.

   
  <사진=성신여대 본교. 이 학교는 최근 야심차게 2캠 공사에 들어갔으나, 부지 고가 매입 논란 등으로 '호사다마'를 체험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해서 효과를 보려면, 재정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조건'이다.

우선 중앙대는 최근 맞아들인 새 재단이 큰 재정적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두산 CEO 출신인 박용성 신임 이사장은 "중앙대도 새 재단이 물주라는 인식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부임 일성을 냈다. 하남 캠퍼스를 새로 조성하겠다는 계획 등 "돈 들어 갈 일이 한 둘이 아닌데" 이러한 움직임이 학교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는 위기론이 없지 않다.

물론 두산그룹 자체가 금융감독원장 발언 등 유동성 위기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정(신년 초 "두산 등 일부 기업 스크린하고 있다")이나, 이런 논란에서 벗어난 뒤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성신여대 등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성신여대는 현재 500억원을 들여 미아동 부지를 매입하고 여기에 따로 600억원 가량을 들여 건물을 올린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출된 200억 외에는 앞으로 예산을 해마다 편성해 학교건물을 올리고 땅값을 추가로 주는 데 일부 충당한다는 기본 계획이 불경기 속에서 차질 없이 돌아갈지에 대한 회의론의 목소리도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지 매입 자체를 비싸게 했다든지 하는 문제 제기가 나와도 학교 당국으로서는 속만 끓이는 상황이다(참고: 전직 재단이사인 신일고 관계자와의 관계상 비싸게 산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교육부 감사까지 진행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해당 부지가 공원부지, 학교용지 등 일반적 부지가 아니어서 협상만 잘 했으면 보다 적은 금액으로 살 수도 있었다는 것과  공원부지를 전부 다 패키지 구입할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란).

더욱이 100억원은 성금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인데, 학교측의 자신감과 달리 불경기를 타 최종 목표 달성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남아 있다. 학술진흥재단 대출로 일부 비용을 충당한다는 것도 빚을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이어서, 결국 언젠가는 상황 부담을 져야 한다.

일단 땅에 말뚝은 박았는데 공사가 지연되는 최악의 경우라도 도래한다면, 학교 학생들의 새 캠퍼스 입주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학교 공신력이 떨어지는 등의 향후 성신여대는 심각한 쓰나미를 겪을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 학교별 재정상황 격차 인정, 재정 공공성 주목해야

이에 따라 학교별로 무한경쟁, 적자생존 논리가 이 경제난국을 계기로 완전히 뿌리내리는 일은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제도가 바뀌어 기부금 입학 등의 길이 열린다 해도, 일정 액수를 특정 대학에 기부하는 경우 그 중 일부는 공공기금으로 조성해 재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학교에 나눠주는 등 상생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그것이다.

서울특별시가 일명 부자구와 가난한 구 사이에 세목 교환을 해 돈을 사실상 나눠주는 것을 참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광고공사 등의 배분적 기능 자체에 대한 현정부의 기본인식을 살펴보면 이런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향후 거시적 안목에서의 대책 논의가 절실한 대목이다.

이종엽 기자 lee@newsprime.co.kr,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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