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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대신 에너지" 건설사들이 AI 시대, 판 바꾸는 이유

AI·반도체 산업 성장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신성장동력 확보 경쟁

최혜선 기자 | chs2@newsprime.co.kr | 2026.10.24 10:27:15

인디안포인트 원전 전경. Ⓒ 현대건설


[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건설사 사업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도로 등 전통 건설사업을 넘어 원자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시공 기술력과 해외 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변화 중심에는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 전력 공급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와 냉각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만큼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대형 원전은 물론,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발전원과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사들도 산업 환경 변화에 발맞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 변동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새로운 수주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접근 방식은 기업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이다. 기존 원전·플랜트 기술력을 활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차세대 발전사업에 뛰어들거나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인프라에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원전·LNG 앞세운 대우건설·현대건설 "해외 시장 공략"

대우건설은 원전·LNG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현지 사업 경험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원자력·LNG 분야에서 축적한 차별화된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수행 역량 바탕으로 해외 에너지 인프라 시장 공략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부유식 부유체 시연회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에 따르면 국내외 원자력 프로젝트 수행 경험 60여건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 최초' LNG 액화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원청 역량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원전부터 LNG 플랜트까지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걸친 사업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현재에도 △체코 원전 △베트남 닌투언2 원전 △파푸아뉴기니·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등 주요 해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기존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기회 발굴에 집중하는 추세다. 

현대건설도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다만 최근 에너지 시장 확대에 따라 새롭게 사업에 뛰어든 게 아닌, 오랜 기간 축적한 원전 시공 경험과 기술력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사업 분야"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동안 확보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사업 수행 역량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현대건설은 기존 원전 사업 외에도 수력·풍력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으로도 관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 사업 청사진을 외부에 공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 청사진은 갖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사업은 규모가 크고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새로운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모두 이미 확보한 원전·플랜트 기술력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시장 진출 가능성도 넓혀가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GS건설 "태양광부터 암모니아 발전까지" 사업 다각화

GS건설은 태양광과 암모니아 기반 발전 등 신재생·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 태양광 발전사업에 개발사업자(디벨로퍼)로 참여하며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진출했다. 단순 시공을 넘어 발전사업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21일 오스넷(AusNet) 본사에서 GS건설 조성한 인프라사업본부장 (사진 왼쪽 세번째)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 ⓒ GS건설

미국 스타트업 아모지(Amogy)와의 협력도 시선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GS건설에 따르면 아모지와의 '암모니아 기반 분산발전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GS건설은 이런 기술과 기존 플랜트 시공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에너지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확대 배경에 대해 "기존에 수행하던 건설·시공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플랜트 분야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라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건설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분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운 산업에 무리하게 진출하지 않고, 축적한 기술력과 사업 경험을 활용해 수익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GS건설은 향후에도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산업 변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 선택과 집중 "에너지 대신 AI 인프라" 

반면 모든 건설사가 에너지 사업 확대에 무게를 두는 건 아니다. 기업별 재무 여건과 성장 전략에 따라 기존 사업을 재편하고 특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대표 건설사로는 SK에코플랜트가 꼽힌다. 과거 친환경·에너지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 자체를 포기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용인 백암초 ‘AI 스마트 횡단보도 및 옐로카펫 조성사업’ 준공식. ⓒ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일부 에너지 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해상풍력 사업도 매각했다"라며 "앞으로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건설사들이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주목한다면, SK에코플랜트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첨단 산업시설 구축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셈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은 안정적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고도 설비 기술과 복잡한 시공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다. 기존 건설사업에서 확보한 기술력과 사업 수행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된다.

즉 건설사마다 사업 방향 차이가 있지만 'AI 산업 성장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력 생산과 공급 인프라를 확보할 것인지, 이를 활용하는 첨단 산업시설 구축에 집중할 것인지에 따라 전략이 구분되는 것이다.

건설업계 이런 변화는 단순 신사업 진출을 넘어 성장 전략 무게중심의 이동으로 풀이된다. 전통 주택·토목사업에 그친 건설사들이 에너지와 첨단 산업 인프라를 새로운 경쟁 무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에너지 사업은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 사업 수행이 필요한 만큼 시장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은 물론 투자 부담과 사업 위험을 관리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AI 시대를 맞아 건설사들이 선택한 성장 전략 지향점은 분명하다. 기존 건설사업 한계를 넘어 미래 산업에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과연 글로벌 에너지·첨단 인프라 시장을 향한 건설사 사업 재편이 향후 어떤 수주 성과와 실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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