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일 높은 곳에 올라서서도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 사내, 가슴팍의 일장기가 부끄러워 월계수 나뭇잎으로 가리고 있던 한 사내”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의 시상식 장면이다. 제일 높은 곳에 있던 한 사내는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에서 우승한 조선인 손기정이다.
일제 치하의 암흑기에 조국 조선의 이름과 국기, 국가를 내세우지 못하고 일장기를 가슴에 달아야 했던 손기정은 마라톤 우승자에게 주는 월계수관을 머리에 쓰고도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당시 조선은 국제사회의 관심 밖에 있는 외로운 나라였다. 손기정은 일본의 총칼에 나라를 빼앗긴 자의 비애를 10만여명이 운집한 베를린 경기장에서 홀로 속울음으로 풀어내야 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70년 후, 손기정 기념재단(이사장 강형구)이 지난 해 5월 서울의 6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손기정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39%가 “손기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손기정을 기억하는 청소년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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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 입니다’는 손기정의 실제 외손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다. 손기정의 마음을 외손자의 입을 빌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일등을 한 사람은 분명 조선인인데, 일본 국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었구나. 너라면 기뻐했을까? 아니면 슬퍼했을까?”라며, 아이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슬픈 금메달’은 독일인 작가가 화자로 등장해 손기정이라는 인물을 다큐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연히 슬픔이 가득찬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된 독일인 작가 ‘나’는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마라토너인 손기정을 알게 된다. 그가 올림필에 나가게 된 과정, 경기 중 느꼈던 감정의 변화와 다짐, 시상대에서의 복잡미묘한 심정, 그리고 조선에 돌아와 맛보게 된 쓰라린 경험들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손기정을 알려야 할 어른들의 무관심도 에둘러 질타하고 있다. 그동안 손기정 관련 책이 단행본으로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손기정 기념재단이 처한 상황을 말이다.
‘슬픈 금메달’의 작가 김영씨는 이렇게 말 한다. “우리가 손기정을 대하는 현장은 수원 월드컵 경기장 한쪽 구석에 창문 하나 없이 답답한 사무실을 꾸려가는 손기정 기념재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단행본 중 손기정을 다루고 있는 책도 거의 없어서,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아이들이 손기정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라고.
손기정 기념재단과 공동기획한 두 권의 책으로 얻어지는 수익금 중 일부는 국내외 손기정 기념사업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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