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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욕설과 협박, EBS 교육방송 맞아?

 

김훈기 기자 | bom@newsprime.co.kr | 2007.06.29 15:36:05

[프라임경제]갑자기 기자실이 어수선해졌다. 한 선배 기자는 “이제는 기자한테 욕까지 하는구먼”하고 혀를 끌끌 찼다.

우리나라 유일의 교육전문 공영방송인 EBS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날 오전에 나간 교육방송 기사와 관련한 전화였다. 상대는 EBS 홍보실의 S 관계자.

기사의 제목은 <공금으로 단란주점 들락날락··도 넘은 ‘EBS’>였다. 내용인즉슨, 교육방송(EBS)이 공사 출범 이후 최초로 지난해 2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원인이 직원들의 공금 불법사용과 제작비 부당·과다 청구와 같은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 의해 제기되었고, EBS는 이에 대해 ‘경고’와 ‘주의’ 등 솜방망이식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S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기사를 쓰면 안 된다. 직원들 다 그런 것처럼 매도한다”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기자가 “팩트(사실)가 틀린 것 있냐”고 묻자 “맞는 이야기다. 적발된 거 다 조치했다. 징계 다 했다. 퇴직한 사람도 1명 있다. 기사에 EBS 해명 넣어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실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쓴 것이다. 그쪽하고 통화 했느냐”고 말하자, “안했다. 국회의원이 실적을 올리려고 제목 섹시하게 달아서 자료 낸다. 그런 거를 그대로 쓰는 것은 안 된다”고 친절하게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기자가 “기사에 틀린 것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사 수정 안 된다. 해명자료 내면 기사에 반영하겠다”고 재차 답하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야 이새꺄!···”라며 욕을 해 댔다.

지난해 내부감사에서 지적된 사실을 근거로 한 기사에 교육방송의 홍보팀장이라는 사람이 윽박지르고, 욕을 하는 행태에 대해 자못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모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을 해 대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태다.

그날 저녁 EBS는 해명자료를 내고, 본지의 기사에 하나하나 해명을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본지가) 총체적인 부조리가 있는 것처럼 과장,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며, “앞으로 해당 언론사가 악의적인 보도를 지속할 경우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사실을 보도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기자로서는 더 이상 교육방송의 ‘교육’에 침묵할 수 없었다. 욕을 하는 입에 욕으로 대거리 하는 것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후속 취재로, 기사로 대응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욕을 ‘한방’ 먹은 다음날인 28일. 감사 자료를 토대로 후속 기사를 준비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여서 욕을 한 S 관계자에게 EBS가 전날(27일)의 입장과 다른 것이 있는 지를 묻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첫 번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해서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다시 S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또 기사를 쓰는 것이냐. 무슨 내용이냐”고. 설명을 했다. “어제의 기사는 사례 중심이고 이번 거는 내부 감사의 지적사항과 처분 결과에 대한 것”이라고.

그러자 S 관계자의 ‘거친 입’이 다시 열렸다. “그렇게 하다가 당할 줄 알아, 한번 법으로 해보자고. 그렇게 한번 다 긁어서 써 봐라. 나도 기자 오래 한 사람이야. 야 다 써! 그렇게 하면 니네 기사 가치 떨어지지 좋을 거 같은지 한번 해 보시자고. 소송 준비하시고, 그렇게 합시다. 욕한 거 기사에 다 써!”

100% 정부출자기관에 매년 방송발전기금과 수신료의 3%를 지원받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EBS(교육방송)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욕을 하고, 고소한다며 협박하는 모습에 자못 실망이 컸다.

지적을 받으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다시 알리면 된다. 그런데도 입맛에 안 맞는 기사를 썼다고 역으로 ‘공격’해 오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EBS가 외부의 감시에서 벗어나 오랜 세월 내면을 닦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국회 문광위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제 있기 때문에 지적한 것은 분명하다. 또 팩트(사실)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화를 낼 사안이 아니다. 팩트가 아니면 모르지만 (EBS의 태도가) 이해 안 간다"며 "노력해서 더 이상 문제가 없도록 제도적 보완을 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야기 하면 된다. 알려주는 것만 들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소송하라고 해라. 관에서 하는 협박수단이다. 구제장치 있음에도 곧바로 소송하겠다는 것은 돈으로 위협하자는 것이다. 잘못된 접근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심 의원의 지적대로 관에서 하는 협박에 다름 아니라고 여긴 기자와 본지는 이대로 침묵한다면 EBS가 성서에서 말한 ‘회 칠한 무덤’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후속 보도로 답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를 지적했고, 또 그에 대한 EBS의 입장도 28일자 기사에 밝혔음에도,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지난 일을 들춰 EBS 전체를 매도한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대하고 보니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자신들이 가리키는 곳만을 보고 그것에 대해서만 기사를 쓰라는 교육방송의 잘못된 ‘교육’이 불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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