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유명화가의 유작(遺作)은 더 이상 새로운 작품, 더 좋은 작품이 창작될 수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고 따라서 가격이 점점 상승한다.
이에 주목한 많은 미술품 투자자들이 유작 구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게 되고, 이런 분위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최근 유작 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22일 국내에서 열린 한 오프라인 미술품 경매에서 고(故)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유화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박화백의 유작은 지난 3월 ‘시장의 사람들’이 25억 원, ‘농악’이 20억 원에 각각 판매됐다.
박화백의 유작은 지난해만 해도 판매가가 이 정도로 높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 판매된 ‘시장의 연인들’은 9억1000만원에 그쳤고, 같은 해 12월에 팔린 ‘노상’은 10억4000만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 열풍 속에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베팅을 시작하면서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보다 미술품 투자 열기가 더욱 거센 중국에서도 ‘유작불패(遺作不敗)’의 신화는 계속 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자더(中國嘉德) 2007 춘계 경매’에서 중국 유명화가 고 천이페이(陳逸飛.1948~1995)의 유화 ‘황하송(黃河頌)’이 4032만 위안(한화 약 48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 작품은 1996년 홍콩에서 128만5000홍콩달러(한화 1억5300만원)에 팔렸던 작품. 따라서 11년 만에 가격이 무려 30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보다 앞서 4월 7일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선 중국 근대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고 쉬베이훙(徐悲鴻.1895~1953)의 유화 ‘당신의 채찍을 내려놓아라’가 7200만홍콩달러(약 86억원)에 팔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그의 유화 ‘노예와 사자’가 5388만 홍콩달러(64억원)에 판매됐다. 동일한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 가격대 상승 속도가 무섭다.
이처럼 한마디로 유작을 선점한다는 것은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 하지만, 국내 유명화가의 유작은 가격이 폭등해버려 일반 미술품 투자자들에겐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월북화가의 유작이 유력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품 경매사이트 포털아트(www.porart.com)에 따르면 지난 1월 13일 진행된 인터넷 경매에서 해방 직후부터 1948년까지 서울대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월북한 화고 길진섭 화백(1907~1975)의 ‘금강산 배나무골(40 x 28cm)’이 325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불과 10일 뒤인 1월 23일 경매에선 ‘금강산 온정리길(40 x 28cm)’이 450만원에 판매됐으며, 다시 10일 뒤인 2월 2일 경매에선 ‘금강산 돌다리(40 x 29cm)’가 635만원에 팔렸다. 불과 20일 사이에 길화백 유작의 낙찰가가 2배 가까이 뛰어 오른 것이다.
포털아트에선 그간 우리 정부의 승인 하에 북측으로부터 길진섭, 어순우, 김린권, 허영, 황헌영, 송찬형, 림렬, 림백, 림군홍, 김주경, 리순종, 리해성, 정온녀, 최도렬, 한상익, 서돈학, 정관철, 전순용 등 월북화가의 유고작을 정식 수입.판매했다.
이들 월북화가들은 일제 강점기나 해방 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조선미술전, 대한민국 미술전 등 최고 권위의 미술전에서 입상하거나 대학교수로 재직하는 등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온 화가들로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뺄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겼다.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는 “길화백 유작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나 국내 유명화가와 비교하면 아직도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면서 “월북화가 유작의 가격대는 앞으로 충분한 상승 여지를 갖고 있으며, 이들 작품이 앞으로 재판매될 경우 최소 10배 이상의 가격에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표는 이어 “특히 앞으로 북핵 사태가 해결돼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때 가장 높은 반사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작품을 추천하라면 주저 없이 월북화가 유고작을 꼽겠다”면서 “북측과 협의를 거쳐 월북화가 유작을 좀 더 도입해 우리나라 미술사를 복원하는 한편 미술품 투자자들의 투자의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월북화가 고 길진섭 유작 ‘금강산돌다리 (40 x 2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