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비운의 영웅’이란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윤동식은 세계대회 47연승이라는 불멸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한국 유도계의 간판 스타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프라이드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는 제법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도계에선 너무도 불운하기만 했던 그이기에 다른 격투단체에서 그 한을 풀어 주리라는 기대와 함께, 엘리트 스포츠의 온실에서 성장한 윤선수가 과연 거칠기로 소문난 PRIDE라는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또 다른 상처를 받지나 않을지 걱정이 교차되는 시점이었다.
첫 상대는 사쿠라바였다. 전성기가 좀 지났으나 여전히 프라이드 미들급의 상징적인 선수다. 공이 울리고 잠시 뒤 사쿠라바의 기습적인 카운터가 한방 들어간다. 그리고 상황종료였다. 첫 상대 치고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대긴 했지만, 너무도 쉽게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던 윤동식에 모두가 안타까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경기 상대는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키모토였다. 현역 유도선수 시절 윤동식은 타키모토를 두 번이나 제압했다. 그러나 프라이드무대에서는 시종일관 그래플링 기술을 주고 받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판정패 한다.
세 번째 상대는 프라이드 미들급 빅 3에 하나인 퀸튼 잭슨이다. 이 경기 역시 패배, 결국 프라이드 진출 3전 3패를 기록하고 만다. 거물 퀸튼을 상대로 인상적인 그라운드 기술을 몇 차례 보여줌으로써 가능성을 보여 주긴 했으나 윤동식의 세계대회 성적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한 성적이다.
비록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윤동식은 유도계에서 가장 뛰어난 그라운드 관절기술을 구사했던 선수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초라한 성적은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는 반쪽 기술을 구사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전문 타격가 출신선수나 순수 그래플러들이 양쪽 기술을 모두 요구하는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고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다
이는 그들이 종합격투기에 진출한 이상은 스스로가 해결해야 만 하는 과제다. 해결방법 또한 해당분야의 정상급 기량을 터득한 만큼 부족한 나머지 부분을 뼈를 깎는 연습으로 극복하는 것 이 외의 대안이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두 번 째는 근성부족이다. 태생적으로 규칙과 안정된 룰 속에서만 경기를 해온 선수들이 종합격투기의 거친 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최홍만 선수 같은 경우 초반 약한 상대를 만나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서서히 자신의 실력을 키워 정상권으로 도약한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은 선수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윤동식 선수는 초반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만만한 선수와의 대결이 없었고 그것이 격투가로서 1승을 올리는데 너무도 오랜 시간을 보내게 했다.
데뷔 전 때 사쿠라바 선수에게 보여준 허망한 패배와 근성 없는 모습은 그의 첫 승 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멜빈 메노프 선수의 살인적인 펀치에 같이 맞서며 당당하게 자신의 기술로 전환시켜 승리하는 윤동식 선수에게는 더 이상 예전의 근성 없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의 펀치에 의해 반쯤 감긴 눈으로 승리를 자축하는 윤동식 선수의 모습에서 어려운 시기를 거쳐 드디어 자신만의 격투세계를 구축한 그를 보았다. 잇따른 패배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을 착실히 보완하며 강자 위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은 아무 준비도 근성도 없이 링에 올라 무명의 선수에게 수모를 당한 이태현 선수에게 당연한 밴치마킹 대상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신의 아마추어 때의 유도 명성을 지워 버리고 신인 선수의 자세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의 그의 모습이야 말로 국내격투기 선수들의 지침서 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격투기 링에 서는 것은 리허설이 될 수 없다. 현재 전(前) 천하장사 김영현 선수의 격투기 진출 소식이 들린다.많은 준비와 노력으로 시행착오 없이 정상권에 우뚝 서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격투기 링에서 리허설은 없다. 최상의 노력과 준비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 격투계인것이다.
홍 준 철
(주)미션팩토리 대표
사단법인 정통합기도 협회 기획본부장겸 수도관 사범부장 전 MBC ESPN 해설위원
격투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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