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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쉰다고 우리도 쉴 수 있나요?”

[설특집] 구정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상>

최봉석 기자 | bstaiji@newsprime.co.kr | 2006.01.26 10:45:23

[프라임경제] 과천시 코오롱그룹 본사 앞 사거리 앞에는 비닐로 뒤덮인 파란색 천막농성장이 있다. 설 연휴 사흘전인 25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구정이요?”라며 다가올 명절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1년이 넘게 진행된 복직투쟁에 지친 나머지 이들은 하나같이 곧 쓰러지기 일보 직전일 뿐, 구정을 맞는 그 어떤 설렘조차 찾아 보기 힘들다. 이들은 상경투쟁 중이다.

“당연히 고향(구미)에 내려가고 싶죠. 그렇지만 내려가게 되면 부모님께 단 돈 몇 푼이라도 용돈이라고 드려야할텐데 그럴 형편도 안되고. 괜히 나 하나로 인해 명절 분위기가 상하고 무거워질까봐…. 차라리 안내려가는 게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효도하는 것입니다.”

   

경북 구미에 생활의 터전을 잡은 이상진(38)씨. 그는 구미에 자리잡은 (주)코오롱으로부터 지난해 2월17일에 쫓겨난 노동자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2001년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노조 활동을 했던 전현직 간부 78명이 당시 해고됐는데 그 명단에 이씨도 포함됐었다. 정말 억울했고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당시 (주)코오롱 구미공장에는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때부터 이씨의 인생은 기가 막힌 사연 속으로, 더 자세히 표현하면 고통의 사슬에 얽매어 깊은 수렁텅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용기를 냈다. 반드시 복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래서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정투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정투위 위원장이다. 

이씨는 “그래도 명절인데 내려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더니 “명절이라는 이유로 회사가 쉰다고 우리도 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공장에서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직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라고 왜 고향에 내려가고 싶지 않겠는가.

“사실 생계가 너무 어렵습니다.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자식들 보기도 미안하고. 경제적 수입이 전혀 없다보니 집에는….”

   
그랬다. 이씨는 현재 단 돈 몇푼조차 통장에도 호주머니에도 없다. 혹 외부의 투쟁기금 지원으로 몇푼이라도 생기면 그것은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될지 모르는 복직투쟁을 위해 아껴두고 절약해야 한다. 그런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과 사랑하는 아들이 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자녀들에겐 죄송스러움 뿐이다. 얼굴을 들 수 없다.

요즘 이상진씨는 명절을 앞두고 부모님과 통화를 자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무능하게 보여서 안타깝고 힘들다고 말했다.

“안부 전화를 하면 부모님은 ‘몸만 건강해라. 앞에 절대 나서지 말아라. 몸은 절대 다치면 안된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이럴 때마다 솔직히 고통스럽습니다.” 사실 그는 모든 투쟁의 현장에서 항상 앞장서고 있다.

2남 2녀의 장남인 이씨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에 현재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지난해 한가위까지만 해도 그는 용기를 내고 부산을 찾아갔다. 비록 해고자 신분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나름대로 주머니 사정은 여유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구정이 정말 싫다.

힘이 되는 것은 아내인 정미경(35)씨다. 항상 이씨 곁에서 “버틸 때까지 버텨봐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정씨도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 “빨리 끝냈으면…”하는 바람을 만날 이씨에게 전화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씨는 천막농성 28일째인 이날 상경투쟁을 전개하던 조합원 상당수를 구미로 내려보냈다. 새해 첫 시작을 구미에서 가족들과 보내라는 뜻에서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11명은 끝까지 남아있다. 그는 병술년 첫 시작을 천막농성장에 남아있는 이들과 함께 한다. 

“(주)코오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가 여전히 조사 중입니다. 구미시청도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있는데 회사는 여전히 안하무인식으로 조합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명절인데 천막농성장에서만 보낼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기자가 이렇게 말을 꺼내자, “잠시 시간을 내 관악산을 등반할 것”이라고 했다. 산을 오르면서 구정 이후의 복직투쟁을 계획하겠다고 했다. 이 기나긴 복직투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정신무장도 하겠다고 말했다.

“큰 욕심은 없어요. 복직을 하고 싶을 뿐이죠. 구미공장을 우리 스스로가 참여해 돌리고 싶어요. 우울했던 2005년을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정에도 충실하고 싶어요. 소박하게. 가족과 단란하게.”

회사측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윤리경영?”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지난 21일 과천 그룹사옥 강당에서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으로 신뢰를 주고, 직원들에게는 최고 성과에 맞는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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