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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김영삼 시절과 닮은꼴

막강해진 기획재정부, 힘 잘못 쓰면 관료주의 병폐 재발 우려

김동현 기자 | pen1969 | 2008.01.16 21:38:56

[프라임경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등장하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권한과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돼 전횡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와 통합되는 재정경제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로 거듭난다.  
 
기획재정부의 수장은 ‘부총리’에서 ‘장관’으로 형식상 한 단계 격하됐지만, 조직의 덩치와 역할은 훨씬 커졌다. 특히 예산권까지 주어져 각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예전의 재정경제원과 여러모로 닮았다. 기획재정부의 등장은 지난 1993년 출범한 문민정부가 종전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쳐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했던 때와 유사한 경우다.  

재경원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2월 재정경제부로 명칭이 바뀌면서 예산 업무가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재경부 산하 예산청으로 분산됐다. 하지만 이듬해 기획예산처가 신설되면서 재경부는 예산 기능을 상실했다. 금융 관리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로, 외국인투자유치 기능은 산업자원부로 옮겨졌다.  

약 10년이 흐른 뒤, 기획재정부는 그간 잃었던 예산 업무를 되찾았다. 문민정부의 재경원으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 재경원은 금융업무까지 담당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점 정도다.  

경제 부처의 명칭에 ‘기획’이란 단어가 붙은 점에서, 기획재정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의 ‘경제기획원’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강력한 경제 부처를 만들었다. 바로 경제기획원이다. 1961년 박정희 정권과 함께 시작한 경제기획원은 일사분란한 총괄지휘를 위해 마련된 경제 사령탑이었다. 경제발전 종합계획과 모든 경제정책을 마련하고, 물가 관리와 예산 편성 등 경제 전반을 통제·관리했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경제기획원만큼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재도약’이 최고 목표인 이명박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란 점에서, 박정희 정부 때의 경제기획원과도 등장 배경이 유사하다.

이명박 당선인이 산업화 시대의 대표적인 산업 역군으로 잔뼈가 굵은 점, 특유의 불도저형 리더십 등을 거론하면서 “박정희 정부 때의 경제 통치와 흡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획재정부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지금 시대에 과거와 같은 그런 공룡부처가 필요한가’라는 지적에서부터 ‘막강 권력을 가진 경제 부처가 전횡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우려 등이 나오고 있다.

먼저 1,200여명 정도나 될 것으로 보이는 인원수가 지적 대상이다. 실제로 1,000명 이상 되는 부처는 없다. 문민정부 당시 재정경제원 직원이 1,000명을 넘었던 적이 있지만, 그 뒤부터 이 정도 규모는 종적을 감췄다. 당시 재정경제원이 등장했을 때 ‘공룡부처’란 표현이 등장했다.

인원수도 그렇지만, 방대한 권한과 역할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정책기획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예산과 세제를 관리하는 핵심적인 경제 업무를 총지휘한다.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는 298개 공공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도 가진다. 공공기관의 경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임직원의 임금까지 조정할 수 있다. 일 못 하는 공공기관장에 대해선 퇴출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기획처를 통해 세제나 외환, 국고 등에 대한 관리 기능도 한다.

통상 경제 부처는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하기 때문에 부처들의 ‘맏형’ 격으로 통했다. 하지만 하지만 예산 관리 기능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힘 있는 형이냐 허수아비 형이냐’로 비유될 만큼 ‘파워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기존 재경부는 타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건이 못 됐다. 실질적인 영향력은 기획예산처에 있었다. 예산 편성에 따라 각 부처의 활동량과 이로 인한 입지가 좌우됐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장관의 ‘말빨’이 경제부총리 보다 잘 먹혔다는 얘기도 이런 차원에서 나왔다. 예산권을 장악한 기획재정부는 인원수로보나 그 역할로보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부처가 된다.

앞으로 타 부처는 기획재정부를 형님 모시듯 잘 대해야 할 판이다. 기획재정부의 정책 중재나 자료 요구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부처 살림’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산을 손에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게 밉보일 경우 예상치 못한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주어진 기능을 잘 활용하면 박정희 정부 때처럼 순발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나타낼 수 있겠지만, 쏠려 있는 힘을 잘 못 쓸 경우 부처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고질적인 관료주의 병폐가 나타날 수도 있다. 각종 로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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