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1세기의 한국 재계는 과거에 비해 큰 소용돌이 속을 걷고 있다. 기업은 시대와 경제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순응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침몰했다. ‘거대공룡’ 기업이었던 대우의 몰락, 현대그룹의 분열 및 외환위기 사태 이후 동아건설, 해태, 거평, 한라 등이 침몰하는 등 재계 판도가 급변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대기업들이 몰락한 재벌의 자리를 메워나가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의 ‘한 지붕 두집 살림’도 이런 변화 속에서 LG와 GS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길을 택했다. 본지는 [50대기업 완벽대해부] 기획특집으로 <대성> 편을 마련했다.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은 30대였던 1947년 5월 대구에서 ‘대성산업공사’라는 연탄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현재 대성그룹의 모태다.
1964년 액화석유가스(LPG) 판매, 1968년 석유 판매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가며 서민원료인 연탄과 석탄, 석유, LPG 등을 공급해왔다. 1973년과 1978년,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대체에너지 보급에도 눈을 돌려 1983년 대구도시가스를 설립했고, 같은 해 서울도시가스를 서울시로부터 인수하는 등 60년의 역사 동안 대성그룹은 에너지 사업 한우물을 팠다.
하지만 착실해 보였던 대성그룹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경영 2대째로 넘어가면서 ‘형제간 불화’가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것이다.
대성그룹은 지난 2001년 2월 김 명예회장이 타계한 뒤 계열분리를 거쳐 3형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장남인 김영대 회장은 대성산업을 모태로 한 대성을,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계열을 맡고 있다. 3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사를 이끈다.
◆ 2001년 계열분리, ‘따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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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장남과 3남 두 아들이 ‘그룹명을 양보할 수 없다’며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서울도시가스를 주력으로 SCG그룹을 맡고 있는 둘째 김영민 회장이 그나마 갈등 소용돌이 속에서 살짝 비켜서 있었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첫째의 대성과 삼남의 대구도시가스 두 기업은 지난해 5월 그룹 60주년 '회갑잔치'를 따로 치르면서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형제간 불화가 겉으로 드러나면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재계에 따르면, 형제간 깊어진 갈등의 시작은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이 타계한 직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명예회장은 "장남 영대는 대성산업을, 차남 영민은 서울도시가스를, 3남 영훈은 대구도시가스 등 대성그룹의 3개 주력사를 세 아들이 각각 나누어 맡으라"며 형제간 그룹 경영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형제들은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김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대성산업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지분을 각각 장남과 3남에게 넘겨주는 방식을 두고 첫째와 3남 양측의 해석이 크게 엇갈린 것이다.
장남 김영대 회장 측은 서울과 대구 두 도시가스회사의 주식을 시가의 2~3배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두 동생들은 선친의 타계 후 작성한 합의서대로 매매시점의 종가에 팔아야 한다고 맞섰다.
게다가 형제간의 불화에 막내딸인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과 김영대 회장도 독일의 명품 브랜드인 MCM사업관리권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김 창업주의 유지를 무시한 세 아들의 지분 싸움은 재계로부터 빈축을 샀지만, 당초 합의대로 대성그룹이 서울 및 대구도시가스 주식을 증권시장에 매각함으로써 형제간 분쟁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 아버지의 마지막 유지
깊어질 대로 깊어진 형제간 감정의 골은 회사 명칭과 직함을 두고 또다시 벌어졌다. 장남 김영대 회장 측과 3남 김영훈 회장 측이 또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3형제는 ‘대성그룹’의 한 뿌리임을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다. 장남 김영대 회장의 대성그룹을 ‘1군’, 차남 김영민 회장의 SCG그룹을 ‘2군’, 3남 김영훈 회장의 대성그룹을 ‘3군’으로 구분해 부르고 있는 데서 이 같은 분위기가 잘 읽힌다.
한편, 고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11월 경영권을 3형제에게 이양하기 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제간 경영 분쟁을 예상한 탓이었을까.
당시 김 명예회장은 세 아들에게 계열사별로 경영권을 나눠주며 경영공조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 형제간 우의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누구든지 이익을 못 낼 때는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과감히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라” “기업이 내 소유라는 생각은 버리라”는 등의 소중한 유지를 남겼다.
3형제는 김 창업주의 이 같은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 한 채,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장남 김영대회장이 대성그룹을 포기하고 대성으로 그룹명을 바꾸면서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이제 대외적으로 화합된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엔 <대성>② ‘계열사 지분구조’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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