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반도체주와 관련 ETF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닥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 투자자금 유입 없이는 거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코스닥이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한 가운데 시장 유동성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거래대금은 SK하이닉스 한 종목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25p(0.30%) 내린 751.09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945.57)와 비교하면 20.57%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4월27일 기록한 연고점 1226.18과 비교하면 38.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679조5452억원에서 418조7141억원으로 약 260조8311억원 감소했다.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시장가치 약 261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 거래 절벽에 빠진 코스닥…대형 반도체주로 쏠린 자금
코스닥 부진은 지수보다 거래가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연고점이 형성된 지난 4월27일 이후 거래대금은 17조6004억원에서 지난 22일 5조3876억원으로 69.4% 급감했다. 거래량도 같은 기간 15억2371만주에서 4억9636만주로 67.4% 줄었다.
거래 절벽은 SK하이닉스와의 비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2일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거래대금은 9조2938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5조3876억원)의 1.7배를 기록했다. 약 1800개 종목이 상장된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58.0% 수준에 그친 셈이다.
코스닥 유동성 위축의 배경으로는 지난 5월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론된다. 적은 투자금으로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 자금 일부가 코스닥 성장주 대신 관련 상품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후 50일간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액은 13조8000억원으로, 개인이 지난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년간 코스닥시장에 순투입한 13조4868억원을 웃돌았다.
이를 코스닥 자금의 직접 이동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거래대금이 급감한 점을 고려하면 위험선호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와 관련 상품으로 집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자금 쏠림과 함께 시장을 떠받칠 매수 주체도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전체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0.20% 증가한 반면 코스닥은 7.94%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의 추가 매수 여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매수 주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수 방어 수요가 개인에게만 편중된 영향이 컸다"며 "연기금이 과거처럼 저가매수 완충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예탁금과 신용융자 잔고 감소로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도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 지분율이 역사적 저점권이고 환율도 안정되는 만큼 외국인 현물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반등의 탄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코스닥 회복의 관건은 '장기 자금'
시장에서는 코스닥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자심리보다 장기 자금 유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코스닥시장 체질 개선과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기금의 국내 주식 기준수익률에 코스닥지수를 5% 반영하고, 코스닥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등으로 구분하는 승강제 도입을 예고했다.
또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바이오·첨단 제조업 등 혁신기업에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코스닥 대표지수와 연계한 ETF를 개발해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유망 기술기업 상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안착하면 우량 기업 중심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고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실제 시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거래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 발표보다 실제 자금 유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성장펀드와 정책펀드 집행이 본격화되고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돼야 개인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된 단기 자금이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코스닥 대표 성장산업으로 확산되는 순환매가 재개돼야 시장 전반의 거래도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은 결국 성장 기업에 대한 기대와 유동성이 함께 살아야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우량 성장기업으로 장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투자심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코스닥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단순히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거래를 정상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기관과 외국인 중심의 장기 자금이 시장에 안착해야 개인 투자심리도 살아나면서 코스닥 본연의 성장시장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