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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AI 사용자 3만명" 현대차그룹 AX 뒤에 있던 '7년 DX'

2019년부터 협업·데이터 체계 정비…차량·로보틱스·제조 현장 아우르는 피지컬 AI 시대 준비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12 13:33:19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생성형 인공지능(AI) 플랫폼 사용자가 올해 7월 기준 3만명을 넘어섰다.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해당한다. 연구개발(R&D) 현장에서는 과거 충돌시험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시간이 90%가량 줄었고, 생산공장에 적용한 AI 서비스에서는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기업마다 생성형 AI 도입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성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AI 도입 시점보다 그 이전 과정이다. 사내 업무에 AI를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 협업 방식과 데이터 체계를 수년에 걸쳐 바꿨고, 여기서 축적된 정보와 업무 기록이 AI 활용의 재료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Beyond AI, Transforming the Way We Work)'를 열고 2019년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과 AI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의 과정과 성과를 공개했다.

출발점은 생성형 AI 열풍보다 훨씬 이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8년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글로벌 협업 방식과 데이터 중심 경영 체계를 손보며 전사 DX 전략을 구체화했다. 업무 시스템 교체보다 조직 간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본격적인 인프라 정비는 2022년부터 이어졌다. 업무 진행 상황과 의사결정을 관리하는 지라(JIRA), 두레이(Dooray), 문서 공동 작성과 지식 공유를 지원하는 컨플루언스(Confluence)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왼쪽부터 현대차 제네시스고객경험팀 장영석 책임매니저,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 정보보안2실 이상홍 상무, 웹프론트엔드개발팀 서창윤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사업장에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 이하 M365)를 적용했다. 이메일과 일정, 문서 작성, 화상회의 등 서로 달랐던 업무 환경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면서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물을 조직 차원의 데이터로 축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 판매 등 각 사업 영역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Global One Data Pipeline)'을 구축했다.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생산과 품질 관리에 활용하고 판매 현장의 데이터를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에 연결하는 구조다. 부서별 시스템에 남아 있던 정보와 직원 개인이 보유하던 업무 지식을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기 위한 기반 작업이었다.

이렇게 닦아놓은 DX 위에 생성형 AI가 들어왔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를 일반 임직원에게 개방했다. 직원들은 보안이 확보된 사내 환경에서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등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 데이터 분석, 코드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확산 속도는 빠르다. 올해 7월 기준 H Chat Pro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직원의 약 80%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개발 직군이 아닌 직원도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 DX·AX 진행 과정. ⓒ 현대자동차그룹


사용자 숫자보다 중요한 변화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가 대표적이다. 과거 충돌시험 결과와 이미지, 해석 자료 등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던 정보를 통합해 유사 사례를 검색하고 시험 조건과 차량 구조, 상해 발생 원인, 개선 방안까지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엔지니어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거나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과거 사례를 찾아야 했다. AI 도입 이후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자료 검토 시간은 약 90% 줄었다. 줄어든 시간은 결과 해석과 설계 개선, 시험 전략 수립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VIN)를 카메라와 비전 AI로 판독해 실제 생산 차량과 시스템상 등록 정보를 실시간으로 비교한다. 현재 국내 현대차·기아 공장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인도, 아시아태평양 등 글로벌 생산거점 약 70곳에서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집계한 연간 비용 절감 효과는 52억4000만원이다. 작업자가 차량 정보를 직접 확인하던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생산 과정의 비효율을 줄였다.

부품을 운반하는 대차 공정에도 AI가 들어갔다. 설비 오류 등으로 대차 순서가 어긋났을 때 사람이 복구 경로를 판단하던 방식에 강화학습 기술을 적용해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오토에버 류석문 대표가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실습 세션을 진행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제조 특화 AI 플랫폼 '이포레스트: 폴라리스(E-FOREST: POLARIS)'에서는 생산과 품질, 설비, 물류를 담당하는 현업 엔지니어가 직접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개인 경험과 노하우를 AI 에이전트 형태로 축적해 다른 직원과 조직이 활용하는 구조다.

공장 밖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 적용한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기반 정비 지원 AI는 차량 오류 코드와 증상을 입력하면 정비 매뉴얼과 과거 기록을 분석해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현대차그룹은 정비 대응 시간이 약 42% 단축됐다고 밝혔다.

고객 리뷰 대응 업무에서는 처리 시간이 건당 평균 35분에서 5분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전체 고객 리뷰의 약 85%를 AI 기반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오는 9월부터 전체 리뷰 대응 프로세스 자동화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의 지난 7년은 AX 성과가 AI 모델의 성능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서로 다른 조직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작업이 앞서 진행됐다. 직원들의 업무 기록과 연구결과, 생산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붙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영역이 차량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까지 빠르게 확장되는 상황도 이런 변화에 속도를 붙였다. 차량 개발부터 생산, 품질, 판매, 정비까지 긴 밸류체인을 가진 완성차 업체는 부문별 데이터가 많지만 각 시스템에 분산될 경우 활용도가 떨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산업 구조를 고려해 AX 확산에 앞서 데이터 연결과 협업 체계 정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했다.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AI 활용이 넓어질수록 남는 과제도 있다.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AI 에이전트가 늘어나면 결과의 정확성과 데이터 신뢰성, 보안, 비용 관리 기준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현대차그룹도 기술 확산 과정에서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경영층이 직접 AI와 바이브 코딩 교육에 참여하고 사내 커뮤니티와 협의체를 통해 활용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번 행사에서 진행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실습에서도 동일한 요구사항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과 프롬프트 설계, 비용, 데이터 신뢰성 등이 실제 활용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로 제시됐다.

다음 단계는 현실 세계로 향한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구축한 데이터와 AI 운영 경험을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 현장에 연결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무실과 연구소 중심의 AI 활용을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 현장 등 물리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3만명이라는 숫자는 AX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향후 경쟁력을 가를 요소는 사용 인원 확대보다 R&D와 제조, 서비스 현장에서 AI가 만들어내는 성과의 지속성이다. 지난 7년 동안 구축한 디지털 업무환경과 데이터가 피지컬 AI 단계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연결되는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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