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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닥 상폐 대신 코넥스行…'죽은 사다리'가 대안인가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6.09.08 09:57:52
[프라임경제] 정부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로 코넥스 이전상장을 꺼내 들었다.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일정 재무요건을 충족하면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주가나 시가총액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흑자를 내고 재무구조가 양호한 기업까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정리매매 과정에서 투자자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목적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부가 상장폐지 충격 완화책으로 내놓은 코넥스가 과연 기업과 투자자를 받아낼 수 있는 시장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코넥스 상장기업은 108곳, 시가총액은 3조4821억원이다.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6억5000만원이다. 2021년 74억1000만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도 줄었다. 올해 신규상장은 3곳에 그쳤다.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상장기업 수도 지난 2019년 151곳에서 현재 108곳으로 감소했다.

코넥스는 애초 성장 초기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향후 코스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성장 사다리'였다. 하지만 올해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그런 시장에 이번에는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을 내려보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부실기업을 신속·엄정하게 퇴출하겠다며 상장폐지 시총 기준을 빠르게 높였다. 이후 코스닥 시황 악화와 기업계의 보완 요구 등을 고려해 내년 1월 예정이던 추가 상향 시점을 7월로 6개월 늦췄다. 코넥스 이전이라는 보완책도 내놨다.

상폐 기준 강화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계기업을 신속하게 걸러내 시장 신뢰를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짧은 기간 기준을 급격히 높였다가 다시 유예하고 보완책을 덧붙이는 방식은 정책의 완성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 보호다. 요건을 갖춘 기업이 코넥스로 이전하면 정리매매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격을 그대로 옮기는 것과 해당 가격에서 실제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상장'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다. 유동성이 말라붙은 코넥스가 상장폐지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이유다.

코넥스의 정체성도 흔들릴 수 있다. 성장기업을 키우기 위해 만든 시장에 코스닥 퇴출 위기 기업이 대거 들어오면 '성장 사다리'가 아닌 '퇴출기업 수용시장'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정말 코넥스를 상폐기업의 연착륙 통로로 활용하려 한다면 순서가 달라야 한다. 거래 활성화와 자금조달 기능을 회복하고, 기업이 성장한 뒤 코스닥으로 이전하는 기존 경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상폐를 늦추는 것과 기업을 살리는 것은 다르다. 코넥스로 옮기는 것과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도 다르다.

올라가는 사다리는 끊겼는데 내려가는 길부터 만드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 정부가 '퇴로'라는 팻말을 붙이기 전에, 그 길이 실제 어디로 이어지는지부터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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