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상반기 명목 경제성장률이 22%까지 치솟았지만 가계소득 개선은 아직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내년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이 전체 임금상승률을 약 3%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6월 명목임금 상승률은 각각 1.5%, 1.7%, 3.1%로 1분기(3.4%)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상반기까지는 명목성장률 급등에 따른 가계 소득여건 개선이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가계소득으로 본격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고 정부 재정지출도 확대되면서 가계 소득여건 개선이 시차를 두고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내년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이 전체 임금상승률을 약 3%p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성과급 효과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경우 전체 임금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보다 앞서 기업 부문에는 이미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1%, 18%로 지난해 연간 3%, 7%에서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IT 부문의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76%, 42%에 달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6월과 7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돌았다.
경제 전체로 보면 올해 상반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로 실질GDP 성장률 3.8%를 크게 웃돌았다. 명목성장률이 20%를 넘어선 것은 실질성장률이 10%에 달했던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다. 명목과 실질성장률 간 격차가 10%p 후반까지 벌어진 것도 1990년 이후 전례가 없었다.
이례적인 명목성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 상승이다. 상반기 명목성장률 22% 가운데 교역조건 개선 기여도는 15%p에 달한 반면 실질성장률과 내수 디플레이터 기여도는 각각 3.8%p, 3.1%p였다.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전년 대비 35배 급등, 다른 IT 품목과 화학제품·철강 등 가격도 1040% 상승했다.
기업 실적 개선은 정부 세수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22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한은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부문의 높은 수익성에 따른 법인세 증가로 세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발표를 기준으로 내년 국세수입은 500조원을 웃돌고 재정지출도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소득 증가가 본격화되면 소비와 내수 회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은은 "높은 명목성장세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소득 증가 효과가 시차를 두고 소비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실질소비 증가율은 2025년 3분기 0.7%에서 같은 해 4분기 3.1%, 올해 1분기 4.8%, 2분기 5.9%로 점차 확대됐다.
반도체 산업 자체의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이번 호황의 내수 파급력은 과거보다 클 것으로 분석됐다. IT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가 세수와 재정 여력 확대, 가계소득 개선을 거쳐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는 데다 조선·방산 등 후방 연쇄효과가 큰 제조업의 업황도 함께 개선되고 있어서다. 조선과 방산의 후방연쇄효과는 각각 1.19, 1.15로 반도체(0.79)를 웃돌았다.
다만 가계소득 개선이 본격화될수록 물가와 금융안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그간 누적된 비용 압력의 전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측 물가압력까지 높아지면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도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여건 개선으로 가계의 주택 매수 여력이 확대되면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현재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물가·경기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점검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명목 성장률 급등은 성장·물가·금융안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