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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내 운용사 10억달러 '주식→채권'…질적 성장 전환

3개사 대상 포트폴리오 재편…중장기 국내사 위탁 비중 10% 추진

임채린 기자 | icr@newsprime.co.kr | 2026.09.16 15:35:40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긴 외화자산 가운데 약 10억달러를 해외주식에서 글로벌 채권으로 옮긴다. 벤치마크를 따라가는 패시브 주식 운용 비중을 줄이는 대신 운용 난도가 높은 글로벌 종합채권을 맡겨 국내 운용사의 해외투자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16일 한은은 국내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를 기존 '양적 기반 조성'에서 '질적 역량 강화'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국내 자산운용사 위탁 포트폴리오 구성. © 한국은행


한은은 지난 2012년 국내 자산운용사에 중국 주식 운용을 처음 맡긴 뒤 2019년 선진국 주식, 2022년 미국 종합채권으로 위탁 범위를 넓혀왔다. 국내 운용사 위탁 규모도 2012년 1억달러에서 지난해 32억1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이번 개편에서는 국내 운용사들이 맡고 있는 선진국 주식 패시브 펀드 일부를 줄이고 채권 위탁을 확대한다. 기존 미국 종합채권 전략은 투자 국가와 통화 범위를 대폭 넓힌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으로 전환한다.

김정훈 한은 외자운용원 위탁운용팀 팀장은 "3개사 정도를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체적으로 10억달러 안팎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 외화자산 전체의 주식과 채권 비중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내 운용사가 맡던 주식 물량을 해외 운용사로 옮기고, 반대로 해외 운용사가 맡던 채권 물량을 국내사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한은 역시 이번 조정은 전체 자산배분 체계 안에서 이뤄져 전체 주식·채권 비중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주식 부문에서는 해외 운용사 비중이 늘고 채권 부문에서는 국내 운용사 비중이 확대된다"며 "국내사와 해외사의 비중만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것이어서 전체 주식·채권 규모에는 변화가 없다"고 짚었다.

한은이 주식 대신 채권에 무게를 싣는 것은 국내 운용사의 해외주식 운용 기반이 상당 수준 갖춰졌다고 판단해서다. 국내 해외투자 주식펀드 설정액은 지난 2020년 27조7000억원에서 올해 6월 163조원으로 약 6배 불어났다.

특히 공모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같은 기간 1조6000억원에서 126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은 민간 해외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당초 정책 목표였던 국내 운용사의 '양적 기반 조성'이 상당 부분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본부 전경. ⓒ 한국은행


조석방 한은 외자운용원 외자기획부 부장은 "현재 위탁 중인 해외주식 펀드는 실질적으로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에 가까워 고도의 운용 역량 축적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투자 급증으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축소된 선진국 주식 펀드에 대한 정책 지원을 줄이고 채권 펀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맡기는 글로벌 종합채권은 기존 미국 종합채권보다 운용 난도가 높다. 미국 종합채권은 한 국가에서 약 1만개 종목을 다루는 반면 글로벌 종합채권은 약 28개국, 3만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거시경제 여건, 환율 변동 등을 동시에 분석하면서 초과수익을 내야 하는 액티브 운용전략이다.

조 부장은 "나라별 거시 경제 차이, 통화 정책 차이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질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글로벌 종합채권 투자를 위해 글로벌 운용 시스템 구축, 네트워킹 강화, 운용 인력의 질적 측면 제고 등이 이뤄져야 하고 이는 국내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용 난도가 높아지는 만큼 한은이 국내 운용사에 지급하는 보수도 늘어난다. 김 팀장은 "난도가 높은 펀드를 맡기는 만큼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 한은이 지급하는 운용보수가 두 배 넘게 올라간다"며 "국내 운용사 지원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는 전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 운용사들이 글로벌 운용사와 직접 경쟁할 수 있도록 액티브 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위탁 전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채권 전략뿐 아니라 향후 주식 부문에서도 인공지능(AI) 기반 퀀트 전략 등 국내 운용사의 역량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을 검토한다.

국내 운용사에 대한 위탁 규모도 중장기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조 부장은 "단기간에 1~2년 안에 10%를 달성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면 국내사에 우선 배분해 중장기적으로 10%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안정화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필요하다면 또 다른 조치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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