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의 매수의견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매도의견을 제시하는 애널리스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영업·기업금융 부서의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하고, 대형 증권사의 중소형주 분석도 확대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고서의 매수의견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매도의견 작성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변제호 자본시장국장 주재로 제2차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리서치 제도 개선방안과 모험자본 공급 현황을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의 매도의견 비중은 1% 미만이다. 영업·기업금융 업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서 매수의견 위주의 보고서가 발간되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당국은 매도의견 제시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널리스트가 보고서에 성명을 기재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준법감시인의 사전 승인 등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승인 절차·내용과 보고서 작성자 이름 등 관련 자료는 회사 내부에 기록·관리하도록 한다.
리서치 부서의 독립성도 강화한다. 현재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담긴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원칙을 공적 규제인 금융투자업규정으로 상향한다. 리서치 부서 예산이 개인·법인 영업이나 기업금융 부서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애널리스트의 영업부서 업무지원에 대한 관리규정도 신설한다. 업무지원 시 리서치보고서와 공개된 정보 이외의 내용 설명을 제한하고, 준법감시인 사전 신고와 사후 관리·감독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성과평가에서는 영업 부문의 과도한 영향력을 배제하고, 실제주가와 목표주가의 괴리율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도록 평가방식을 개선한다. 업종별 괴리율을 매년 산정해 직전년도 평균이 최근 5개년 평균을 웃도는 업종은 주기적으로 분석·관리한다.
보고서 공시체계도 손본다. 증권사별 보고서 발간 현황과 괴리율 우수 애널리스트 5명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한다.
특정 종목의 보고서 공표를 중단할 때는 기업 전망 악화, 주가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 상장폐지, 담당 애널리스트 퇴사 등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도록 한다. 보고서 발간을 재개하면 기존 중단 사실·사유와 재개 사유도 기재하도록 한다.
중소형주에 대한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최근 3년간 발간된 리서치보고서 8만5030건 가운데 시가총액 300위 미만 기업 대상은 1만4648건으로 17.2%에 그쳤다. 반면 시총 1~100위 기업 대상은 4만1239건으로 48.5%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스몰캡 리서치 커버리지 최소비율을 도입한다. 종투사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서도 스몰캡 보고서 발간 계획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항목에 포함한다.
최소비율의 예시로는 연간 보고서 발간 실적의 4분의 1 이상을 코스피 시총 300위 미만과 코스닥 시총 150위 미만 종목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코스닥 시총 150위 미만 종목을 다루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소형주 분석 비중이 높은 종투사에는 모험자본 공급 실적 인정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년도 스몰캡 커버리지 비율이 40% 이상인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종투사에 당해년도 중소·벤처기업 공급액을 5% 가산 인정하는 방식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기업공개(IPO) 대상 법인의 리서치보고서 공표 의무는 현행 1년간 2회 이상에서 3년간 매년 2회 이상으로 강화한다.
한편 이날 협의체에서는 대형 IB의 모험자본 공급 실적도 점검했다. 공급의무가 있는 7개 종투사의 올해 2분기 말 모험자본 공급잔액은 11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2조원(20.4%) 증가했다. A등급 채권과 중견기업 투자에 대한 30% 한도를 적용한 실적 인정 기준이다.
발행어음·IMA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 공급비율은 19.5%로 전 분기보다 2.7%p 상승했다. 7개사 모두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웃돌았다. 의무비율은 내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지난달 발행어음 신규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투자자산별 공급 규모는 P-CBO 3조4000억원, 중소·벤처기업 2조5000억원, 신기술사업금융회사·벤처캐피털(VC) 2조3000억원, 중견기업 1조3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의 양적 확대가 안정화되면 위험도에 비례한 실적 인정체계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보증채권·담보대출보다 위험도가 높은 벤처기업 지분투자 등에 실적 인정비율을 우대해 공급의 질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유관기관, 금투업권이 함께 모험자본 공급 추진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주요 현안과제들에 대해 지속 논의해갈 계획"이라며 "리서치 제도 종합 개선방안이 현장에서 차질없이 시행되고 안착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소통·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