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오는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을 추진하며 삼성전자의 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사업 전략과 위기관리,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리더십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한다.
이 회장은 지난 4년간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미래 투자를 강조하며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주력했다. 반도체 불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논란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실적 반등을 이끌어냈다.
◆故 이건희 경영 철학 이어받아
이는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74년 자금난에 빠진 한국반도체에 개인재산을 투자하며 반도체산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사업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불황을 기회로 활용한 선행투자로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했고,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연합뉴스
이 회장 역시 회장 취임 직후 반도체 불황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경쟁사들이 감산에 돌입했을 때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3년 천안·온양사업장 방문 당시 "어려운 상황에도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기조는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생산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R&D 분야에 투입한 비용은 37조7403억원이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24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로, 하루 평균 약 1040억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한 셈이다.
미래를 대비한 시설투자도 확대했다.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시설투자에 총 52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당초 계획했던 47조4000억원보다 5조3000억원 많은 규모다. 특히 DS 부문에만 47조5000억원을 투입하며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올해 들어서도 투자 확대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51.5% 증가한 27조36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설투자도 28조원으로 21.2% 늘었다.
◆글로벌 빅테크 최초 분기 100조원대 영업익 달성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이끌어냈다. 지난 2022년 회장 취임 당시 43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8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371조6389억원이다.

삼성전자 실적 추이. ⓒ 챗GPT 생성 이미지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빅테크 최초의 분기 100조원대 영업이익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부문별·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만 110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한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HBM과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경쟁력 회복…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선점
기술 경쟁력 회복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기술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000660)에 밀려 고전하던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올해 2월 6세대 HBM(HBM4) 양산 출하에 이어 5월 후속 제품인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했다.
특히 최선단 D램 공정과 파운드리 기술을 결합한 HBM4를 앞세워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고, 차세대 제품으로 이어지는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역량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HBM4 양산 출하가 곧바로 시장 주도권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과를 입증하려면 고객사 공급 확대와 시장점유율 개선, 수익성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선단공정 수율 개선 역시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이 회장의 취임 4년은 미래 투자를 지속하며 반도체 사업의 재도약을 준비한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대규모 R&D와 시설투자가 실적 개선과 차세대 기술 확보로 이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앞으로는 이를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내년 사업계획 역시 HBM4를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경쟁력 강화와 선단공정 기술 확보, AI 반도체 시장 대응 역량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투자 확대를 넘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회복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뉴삼성'의 다음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