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을 추진하며 삼성전자의 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사업 전략과 위기관리,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리더십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한다.
이 회장은 장기화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덜어냈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사업부 간 노노 갈등까지 겹치면서 조직 내부의 균열은 이어지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을 넘어 조직 통합과 임직원 신뢰 회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사법 리스크 이어 상속세도 종결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이어오던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덜어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원심 판단이 유지되면서 약 5년간 이어진 재판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지난해 8월24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 족쇄가 풀리자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8월 한미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으며,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9년 만에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의 네트워크를 재가동했다. 올해 7월에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올해 상속세까지 마무리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약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했다.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이지호 신임 소위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4월 마지막 납부를 마쳤다. 국내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상속세 납부가 종료되면서 삼성 일가는 재원 마련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이 회장은 지분 매각 없이 주요 계열사의 배당금과 개인 신용 대출 등을 통해 세금을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납부 완료는 단순히 세금 부담을 해소한 것을 넘어 삼성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경영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비바람 제가 맞겠다"…노사 갈등에 직접 사과
이 회장은 장기간 이어진 사법·상속 리스크를 해소하며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으나 파업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4월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가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자 이 회장은 해외 출장 중 급하게 귀국해 전 세계 고객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한편 노조와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16일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며 전 세계 고객과 우리 국민을 향해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향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 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당부했다.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창사 이래 최대의 내부 갈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총수가 직접 정공법을 택해 수습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사 합의 이후에도 부문·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이어지면서 노노 갈등으로 번졌다.
성과급 규모와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했고, 경영진과 노조가 주주단체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성과급 지급 기준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사업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임직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조직 내부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조직 결속을 다지는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이 회장이 실질적인 소통과 제도 개선을 통해 '원 삼성'의 구심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