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세 68일.
포뮬러 원(Formula One, 이하 F1) 역사상 가장 어린 월드 챔피언이 탄생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이하 메르세데스)의 '키미 안토넬리(Kimi Antonelli)'다. 2010년 제바스티안 페텔이 세운 23세 134일의 기록을 약 3년 앞당겼다.
안토넬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2026 F1 월드챔피언십 19라운드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3위로 포디움에 오르며 시즌 챔피언을 확정했다. 데뷔 2년 차인 올해에만 9차례 그랑프리 우승을 거뒀다. 시즌 4경기를 남기고 380점을 확보해 2위 막스 베르스타펜을 119점 차로 따돌렸다.

키미 안토넬리,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드라이버.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 정도면 '천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스무 살의 드라이버가 F1 데뷔 2년 만에 정상에 오른다는 건 재능 없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머신에 앉더라도 속도와 판단력, 타이어 관리, 추월과 방어, 압박 속에서 실수를 줄이는 능력이 없다면 한 시즌 9승은 나오기 어렵다.
F1의 챔피언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걸까.
그런데 안토넬리의 우승을 보고 있으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안토넬리는 분명 타고난 쪽에 가까워 보인다. 동시에 그의 뒤에는 오랜 시간 그 재능을 지켜보고 키운 팀이 있다.
안토넬리는 메르세데스 주니어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 출신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월드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안토넬리가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는 장기간 인재 발굴과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 안에서 성장한 선수가 F1 무대에 올라 결국 정상까지 닿았다.
이 대목에서 메르세데스의 공을 지나치게 키울 필요는 없다. 좋은 육성 시스템이 있다고 모든 드라이버가 월드 챔피언이 되는 건 아니다. 안토넬리가 가진 재능과 성장 속도가 특별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반대로 재능만으로 F1 월드 챔피언이 될 수도 없다. F1은 드라이버 개인 종목처럼 보이지만 머신의 경쟁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아무리 빠른 드라이버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머신에 앉으면 시즌 전체를 지배하기 어렵다.
2026년은 이 점에서 더 특별했다. 새로운 기술 규정이 적용되면서 각 팀은 머신과 파워유닛을 새로운 조건에 맞춰 준비해야 했다.
메르세데스가 올해 투입한 메르세데스-AMG F1 W17 E PERFORMANCE에는 2026년 규정에 맞춰 개발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이 적용됐다. 파워유닛과 냉각 구조, 공기역학 설계를 통합해 회생 제동부터 장시간 풀 스로틀 주행까지 열적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키미 안토넬리,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드라이버.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안토넬리는 시즌 9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드라이버 챔피언을 확정했고, 메르세데스 역시 현재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630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정 드라이버 한 명의 돌풍으로 보기에는 팀 전체 성적도 강하다.
"시즌 초반부터 우리 팀은 강력한 차량을 갖추고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챔피언십을 놓고 경쟁할 수 있었다. 수년 동안 저를 믿고 이 놀라운 기회를 주신 팀에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로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안토넬리도 챔피언 확정 뒤 이렇게 말했다. 안토넬리의 말 속에는 이번 시즌을 설명하는 두 요소가 함께 들어 있다.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시간, 그리고 챔피언십을 싸울 수 있는 머신이다.
메르세데스에게도 안토넬리의 우승은 각별하다. 팀이 마지막으로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을 배출한 건 2020년 루이스 해밀턴이었다. 6년이 지나 다시 정상에 오른 드라이버는 외부에서 데려온 완성형 스타가 아니라 자신들이 오랫동안 지켜본 주니어 프로그램 출신이다. 이번 우승으로 메르세데스의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은 통산 10회가 됐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메르세데스 육성 전략의 승리'라고만 정리하면 안토넬리라는 드라이버가 사라진다. 20세에 F1 정상에 오른 건 결국 안토넬리 자신이다. W17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레이스마다 점수를 쌓고, 경쟁자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던 것도 그였다.

왼쪽부터 막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팀 드라이버, 키미 안토넬리(Kimi Antonelli)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스쿠데리아 페라리 HP 팀 드라이버.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안토넬리의 재능이 곧바로 월드 챔피언을 보장한 건 아니었다. 그 재능을 오랫동안 지켜본 팀이 있었고, F1 무대에 올릴 기회를 줬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상 경쟁이 가능한 머신을 제공했다.
F1의 챔피언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걸까.
그래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안토넬리를 보면 어느 한쪽이라고 답하기 어렵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에 메르세데스가 그를 선택했고, 메르세데스가 마련한 환경이 있었기에 그 재능은 F1 역사상 가장 어린 월드 챔피언이라는 기록까지 닿을 수 있었다.
천재는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재능만으로 채울 수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안토넬리의 20세 월드 챔피언 타이틀이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