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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보다 수익성' LG엔솔, ESS 수주전 한발 뺀 배경은?

역대 최대 3차 중앙계약시장 불참…SI·AI·VPP 중심 에너지 솔루션 확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11.05 18:39:35
[프라임경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전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빠졌다. 시장이 작아서도, ESS 사업을 축소해서도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내세운 이유는 '선택과 집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시장은 육지 1100MW와 제주 80MW를 합쳐 총 1180MW 규모다. 직전 2차 중앙계약시장보다 두 배 이상 크고, 2023년 이후 앞선 중앙계약시장에서 선정된 전체 물량과 맞먹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큰 시장을 앞에 두고도 LG에너지솔루션은 물량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 경쟁을 통한 단기적인 물량 확보보다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한정된 자원 및 인력 내에서 사업 운영의 효율성과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택은 국내 ESS 사업 철수와는 거리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익성과 자원 배분을 우선해 기존 수주 사업의 안정적 수행에 집중하고, 추가 물량 경쟁에는 한발 물러선다는 판단이다.

지난 2차 중앙계약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거셌다. 업계에서는 낙찰 단가가 ㎾h당 20원 아래까지 내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3차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빠지면서 주요 배터리 공급사 경쟁이 삼성SDI(006400)와 SK온 중심으로 압축됐다. 경쟁 완화와 배터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입찰 가격도 이전 시장보다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CI. ⓒ LG에너지솔루션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1·2차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입찰까지 추가로 들어가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수행에 인력과 자원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해 확보한 'AI 활용 배전망 ESS 구축 지원 사업'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해당 사업의 운영사업자로 선정돼 호남권에서 140MWh 규모 ESS를 확보했다. 신한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7개 배전선로를 운영하며 AI 예측 알고리즘과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을 활용할 예정이다. 2027년부터 20년간 ESS 운영까지 직접 맡는다.

이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ESS에서 무엇을 가져가려는지를 보여준다. 배터리 셀을 공급한 뒤 사업이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 통합(SI), AI 기반 운영, VPP까지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제주에서 배전망 연계형 ESS와 VPP를 운영해왔고, 호남권에서는 장기 운영사업까지 확보했다.

북미에서는 ESS SI 법인 버테크(Vertech)를 통해 설계부터 구축, 운영·유지보수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셀 판매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ESS가 설치된 이후 장기간 발생하는 운영 수익까지 사업 영역에 넣는 구조다.

최근 실적에서도 ESS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 9조6434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27.6% 증가했으며, 회사는 ESS 출하량 확대를 매출 성장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북미에서는 내년 말까지 신규 각형 라인을 포함해 ESS 생산능력을 70GWh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빅테크를 상대로 한 BESS 직접 공급 과제도 확보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LG에너지솔루션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를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LG

국내에서는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중심으로 소듐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ESS 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내년 소듐이온 테스트 제품 출하와 LFP 기반 탭리스 2170 양산 준비 계획도 공개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제3차 중앙계약시장 불참은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사업 축소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내 중앙계약시장에서 추가 물량을 가져가는 대신 이미 확보한 사업의 수행과 차세대 제품 개발, 운영·솔루션 사업에 자원을 나눠 쓰는 선택이다.

ESS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업체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원도 많아지고 있다. 셀 판매 외에도 시스템 구축과 소프트웨어, 전력 거래, 장기 운영에서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가운데 운영과 솔루션 사업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 국내 AI 배전망 사업에서는 배터리 공급사이자 운영사업자로 참여하고 있고, 북미에서는 SI 사업까지 직접 수행한다.

다만 국내 중앙계약시장 물량을 포기한 선택에는 기회비용도 따른다. 삼성SDI와 SK온이 이번 3차 사업에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경우 국내 ESS 공급 실적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빠진 자리를 경쟁사가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방향은 뚜렷하다. 가격을 낮춰 수주 물량을 확대하는 경쟁에서 거리를 두고, 이미 확보한 사업의 수익성과 운영 역량을 높이는 쪽에 자원을 배분한다는 전략이다.

제3차 중앙계약시장 불참은 그런 변화가 드러난 장면이다. 당장의 수주 규모를 줄인 대신 SI와 AI, VPP까지 넓힌 ESS 사업이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증명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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