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기술 경쟁, 국가 안보 및 경제 패권과 직결…이익 전망은 오히려 상향"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한 주 만에 급락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AI 투자 둔화 우려가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지난 한주에 급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11.7%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수를 웃도는 낙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가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2027년 영업이익 전망이 오히려 상향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고려하면 미국이 실제로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코스피 11.7%↓…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격탄'
지난 11월2일부터 6일까지 한 주간 코스피는 11.7% 하락하며 한 주 만에 반락했다. 종가는 5060선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6.1%, SK하이닉스는 20.2% 하락해 지수 대비 낙폭이 컸다.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데이터센터 추가 승인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달 기준 낙폭은 더 크다. 삼성전자는 한 달간 30.6%, SK하이닉스는 36.2% 떨어졌다. 다만 연초 대비로는 삼성전자가 57.4%, SK하이닉스가 73.9% 올라 있는 상태다.
수급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한 주간 10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개인이 약 3조9,000억원, 기관이 약 4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았다.
외국인 순매도 가운데 삼성전자(약 2조2000억원)와 SK하이닉스(약 5조4000억원)가 차지한 비중은 약 74%에 달한다. 사실상 두 종목에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셈이다.
◆ "규제 현실화 가능성 낮다"…AI 패권 경쟁이 안전판
미국에서는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 등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미 투자가 진행 중인 건은 변수가 제한적이지만, 승인 대기 중이거나 향후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불확실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들의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동반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해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국가 안보와 경제 패권에 직결돼 있어 미국이 데이터센터 규제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중국이 AI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실질적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록호 연구원은 "악재가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점진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며 "주가가 급락한 뒤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 조짐도 확인됐다"고 조언했다.
◆ 메모리 2027년 영업이익 '4개월 만에 상향'…LPDDR·소캠이 '변수'
주가와 달리 펀더멘털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2027년 영업이익은 상향 조정되고 있다. 6월 말 이후 정체됐던 실적 전망치 상향이 4개월 만에 다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배경은 예상보다 양호한 디램(DRAM) 가격이다. 서버향 디램과 LPDDR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AI 시스템에 탑재되는 소캠(SOCAMM) 수요가 늘면서 디램 제품 중 LPDDR의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고, 가격 상승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이라는 관측이다.
추정치를 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약 388조원에서 내년 약 624조원으로 60% 넘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약 284조원에서 내년 약 465조원으로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반영한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 2.6배, SK하이닉스 2.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두 종목 모두 1.1배 수준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11.1% 하락하며 5주 연속 내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가가 양호했던 피에스케이홀딩스와 피에스케이는 30% 이상 빠졌다. 테스, 브이엠, 주성엔지니어링도 20~30%대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소부장 업체들의 2027년 실적 전망 역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낮아진 만큼 비중을 다시 늘릴 기회가 왔다는 판단이다.
◆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실적이 분기점…"공급 능력 증대 여부 주목"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후반으로 쏠린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는 13일에는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가 회계연도 2026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앞서 실적을 내놓은 ASML과 램리서치는 반도체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클린룸과 부품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도 비슷한 코멘트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회계연도 2027년 가이던스와 수요 대응을 위한 공급 능력 증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반도체 주가가 반등하려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규제가 실제 투자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다만 실적 전망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낙폭이 지나쳤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변동성 속에서도 점진적 회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